[자유성] 예술계의 나비효과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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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15   |  발행일 2021-06-15 제23면   |  수정 2021-06-15 07:09

최근 한 언론에 실린 공연 기사를 보고 흐뭇했다. 서울에서 장기 공연 중인 뮤지컬 '시카고'의 매진 사례를 다룬 기사였다. 기사에서는 '공연 기획사도 놀랐다' '기분 좋은 당황스러움'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이 현상을 분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애써 기획한 공연들이 잇따라 중단·취소되며 어려움을 겪었던 공연기획사로서는 매진 기록이 놀랍고 가슴 벅찬 일이었을 것이다. 이만이 아니다. 최근 서울에서 공연된 '위키드' '맨 오브 라만차' 등의 뮤지컬도 흥행에 성공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객석이 줄어 쉽게 매진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공연장에 다시 관객이 붐비고 매진행렬이 이어지는 것은 반갑고 의미 있는 일이다.

'서울에서는 공연이 다시 살아나고 있구나. 대구 공연계는 언제 회복되지?'라고 아쉬움을 갖고 있던 즈음 기쁜 소식이 들렸다. 대구에서도 오랜만에 티켓이 매진된 공연이 나온 것이다. 얼마 전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열린 정명훈 피아노 공연은 티켓 오픈 후 5분 만에 모든 자리가 매진됐다. 그랜드홀 합창석 티켓을 추가 판매할 정도로 열광적인 반응이었다. 유명 아티스트의 공연장도 썰렁하기만 했던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코로나 사태가 1년을 넘기면서 공연계가 달라지고 있다. 대중성 있는 뮤지컬 시장 중심으로 변화는 확연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2~3월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00%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2~3월은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된 시기다. 공연계에서는 지난해 코로나 초기와 달리 '공연장은 위험하지 않다'라는 인식이 확산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코로나가 악화할 경우 다시 공연을 관람할 수 없으므로 볼 수 있을 때 하나라도 더 보자는 심리도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모든 공연이 되살아난 것은 아니다. 소극장 중심의 작은 공연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작품성을 검증받은 대형작품, 유명 아티스트의 공연에만 관객이 몰린다. 지역공연계 역시 고사 위기다. 대형공연에서 일어난 불씨가 나비효과를 일으켜 공연계 전체가 되살아나길 기대한다. 김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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