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구겐하임미술관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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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25   |  발행일 2021-06-25 제23면   |  수정 2021-06-25 07:09

전국이 국립 이건희미술관 유치로 들썩이고 있다. 유치 의사를 밝힌 지자체들은 다양한 명분을 들어 '최적의 입지'임을 강조한다. 지자체들이 이건희미술관에 목을 매는 것은 바로 '빌바오 효과' 때문이다. 문화산업을 통한 경제 부흥을 끌어낸 스페인 빌바오를 롤모델로 삼은 것이다. 철강산업의 쇠퇴로 경제 침체에 빠진 빌바오는 구겐하임미술관이 설립되면서 관광업 등을 통해 경제를 되살렸다. 빌바오 효과는 도시의 세계적 건축물이나 문화시설이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나타내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빌바오구겐하임미술관이 워낙 유명하니까 구겐하임미술관이 스페인의 대표 미술관이라 생각하는데 미국, 이탈리아에도 구겐하임미술관이 있다. 구겐하임미술관은 원래 미국에 처음 건립됐다. 미국 철강계의 거물이자 자선사업가인 솔로몬 구겐하임이 수집한 현대미술품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흔히 빌바오구겐하임미술관을 미술품보다 미술관이 더 유명한 곳으로 꼽는데 미국 구겐하임미술관도 나선형 구조의 전시장으로 유명하다. 소장품의 수준도 뛰어나다. 솔로몬 구겐하임의 기증작에다 현대미술품 수집가인 탄호이저 내외가 소장작을 대거 기증하면서 미술관 수준이 확 높아졌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구겐하임미술관은 솔로몬 구겐하임의 조카딸이자 미국의 전설적 컬렉터인 페기 구겐하임이 나이 들어 머물렀던 베네치아의 저택을 미술관으로 만든 것이다. 이 미술관은 페기 구겐하임이 수집한 피카소, 몬드리안 등 유명화가의 걸작을 전시한다. 페기 구겐하임은 화랑을 운영하면서 탁월한 심미안으로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작품을 사들였다. 그녀는 2차 세계대전 때 미국으로 건너온 많은 작가의 재정적 버팀목 역할도 했다.

솔로몬 구겐하임과 페기 구겐하임이 없었다면 현재의 구겐하임미술관은 있을 수 없다. 그들의 예술에 대한 사랑과 기증이 구겐하임미술관을 세계 최고의 미술관으로 만든 것이다. 빌바오 효과를 떠나 이건희미술관 건립이 기업인을 비롯한 사회지도층의 예술사랑과 기증문화에 기폭제가 되길 바란다. 김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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