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문화기부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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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07   |  발행일 2021-07-07 제27면   |  수정 2021-07-07 07:12

코로나19 사태로 고사 위기에 처한 대구문화계에 기부문화가 확산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코로나 사태가 일파만파 되면서 문화 관련 기부(문화기부) 금액이 지난해 대폭 감소했지만 올 들어 회복세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문화기부는 제한된 예산으로 운영되는 문화 관련 시설과 단체에는 가뭄 속 단비라 할 만하다.

대구문화재단은 지난해 연말 문화기부 분위기 조성을 위해 기부챌린지를 추진, 수 천만원을 모금했다. 이미 한 달에 1천4원을 기부하는 '천사의 힘', 1만원을 기부하는 '만원의 동행' 등을 진행 중인데 문화기부 사업 재정비 전략도 세웠다. 달서문화재단도 최근 후원회 '아모르 소사이어티'를 출범했다. 후원회에서는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예술인을 후원하고 지역 문화 소외계층의 문화 향유권을 신장할 사업을 진행한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최근 대구시민을 위한 문화사업에 써 달라고 기탁한 한 독지가의 기부금으로 '함께 해요 대구! 오페라 광장콘서트'를 열었다. 오페라하우스는 노후 객석 교체를 위해 객석 기부도 추진 중이다. 기부자 이름 또는 법인명이 적힌 명판이 객석에 부착되는 '네이밍 도네이션(Naming donation)' 형태로 진행된다.

코로나 사태로 모두가 힘든 와중에도 연이어 들려오는 문화기부 소식은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흔히 예술인 후원하면 이탈리아 메디치가(家)를 떠올린다. 메디치가가 없었다면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등 르네상스시대를 대표하는 미술품을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도 굉장한 예술인 후원가가 있었다. 조선시대 세종의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이다. 많은 서화를 소장하고 발주한 예술애호가였던 안평대군은 안견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라는 불세출의 명작은 안평대군 덕에 탄생했다.

예술인을 후원하는 문화기부는 관람객에게도 의미가 크다. 창작활동을 하지 못하면 결국 위대한 작품도 없다. 전시·공연 관람이라는 호사를 누릴 기회마저 사라진다. 우리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도 문화기부는 절실하다. 

김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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