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걷기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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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20   |  발행일 2021-08-20 제23면   |  수정 2021-08-20 07:25

독일 철학자 칸트는 철저한 자기 관리로 유명한 철학자다.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을, 같은 속도로 걸었다. 오후만 되면 어김없이 산책에 나서기 때문에 동네 사람들은 그를 보고 시계를 맞출 정도였다. 산책을 고집한 이유는 간단하다. "걸으면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 나 자신과의 대화 시간이고 책으로도 얻지 못하는 무엇인가를 가득 채워주며 버릴 것은 버리게 해준다." 이 말이 답이다.

산책하면 빼놓을 수 없는 예술가로 베토벤도 있다. 그는 자연을 사랑한 사람이었다. 자연을 온전히 즐기는 방법으로 걷기 만한 게 없다. 인생 후반부 청력에 문제가 생겨 다른 사람과 대화마저 어려워졌을 때 그는 하일리겐슈타트의 숲길을 거의 날마다 걸었다. 그 모습을 그린 게 베토벤 하면 떠오르는 율리우스 슈미트의 '산책하는 베토벤'이다. 정장 차림의 베토벤이 뒷짐을 진 채 숲속의 오솔길을 걷고 있다. 산책 중 영감을 얻어 그는 '전원교향곡'도 작곡했다.

경북지역 지자체들이 앞다퉈 강변, 역사 유적지 등에 걷기 명소를 만들고 있다. 문경시는 대야산 선유동계곡에 선유동천 나들길, 상주시는 낙동강 상주보 일대에 경천섬 강 바람길, 예천군은 회룡포·삼강 걷기 길, 칠곡군은 낙동강 역사너울길, 김천시는 부항댐 둘레길 등을 조성했다. 지자체가 걷기 길 조성에 나서는 것은 주민 건강을 챙기면서 관광객 유입 효과까지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비대면 걷기 프로그램을 만들고 다양한 이벤트를 열어 걷기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걷기 좋은 계절이 왔다. 걷기는 몸의 건강을 챙겨주면서 마음을 정화하고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스트레스도 해소할 수 있다. 혹시 아는가. 베토벤처럼 멋진 예술작품도 만들 수 있을지. 실리콘밸리 컨설턴트인 알렉스 수정 김방은 책 '일만 하지 않습니다'에서 "진짜로 일을 잘하려면 '의도적 몰입 시간'의 1.25배에 해당하는 '의도적 휴식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그 방법의 하나로 산책을 권유했다. 
김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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