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국내파 예술인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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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9-13   |  발행일 2021-09-13 제27면   |  수정 2021-09-13 07:10

해외 유학파가 많은 직업군을 꼽으라면 예술계도 빠지지 않는다. 지역예술계에서도 유학파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예술 관련 대학들의 교수 상당수가 유학을 다녀온 이들이고 예술 현장에서 창작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이들 중에도 유학파가 많다. 공연 성수기에 접어들면서 각종 언론을 통해 쏟아지는 귀국독주회 기사만 봐도 알 수 있다. 미국·유럽 등에서 짧게는 2~3년, 길게는 10년 이상 공부하고 고국으로 돌아온 이들이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귀국독주회를 통해 선보인다. 코로나19로 공연계가 위축됐다고 하지만 귀국독주회는 여전히 줄을 잇는다.

시간적·경제적 희생이 큰 데도 유학을 떠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한국예술계가 국내파보다 유학파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는 유학파의 실력이 낫다는 선입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서양에서 시작된 음악이니 오랜 역사를 지닌 나라에서 더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가능성이 큰 것은 맞다. 실제 지휘자 정명훈, 첼리스트 장한나 등 세계 정상의 연주가 대부분은 외국에서 교육받았다. 이러하니 대학, 예술 현장에서의 유학파 독식은 관행처럼 굳어졌고 국내파는 상대적으로 푸대접을 받았다.

최근 폐막한 부소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대구 출신 피아니스트 박재홍은 이런 점에서 시선을 끈다. 부소니 콩쿠르는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페루초 부소니를 기리기 위해 1949년 시작된 유서 깊은 대회다. 입상자 선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여기서 순수 국내파 예술인이 최고상을 받았다. 박재홍은 대구에서 초·중학교를 나오고 서울예고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에 입학했다. 현재 한예종 4년에 재학 중이다. 그의 수상은 해외 유학 없이도 국내에서 우수한 음악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케 했다.

격세지감이다. 20여 년 전만 해도 유학파라는 타이틀이 훈장이 됐는데 이젠 국내파가 오히려 주목받는 세상이 됐다. 앞으로도 박재홍처럼 국내에서 좋은 교육을 받은 뛰어난 예술인이 많이 배출되길 바란다.

김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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