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취수원 해법을 찾다] (상) 먹는물 놓고 생긴 오해...대구 "제2의 페놀사태 막아야" vs 구미 "물 부족 사태 부를 것"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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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9-29   |  발행일 2021-09-29 제13면   |  수정 2021-09-29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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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과 함께 발전해온 대구염색산업단지(위쪽)와 구미국가산업단지.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올해는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의 낙동강 페놀 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 30년이 되는 해다. 당시 이 사고로 인해 대구시민은 먹는 물에 대한 공포가 극에 달했다. 이후 잊을 만하면 터지는 수질오염 사고로 식수에 대한 불안이 커지자 대구시는 취수원을 구미산단 위쪽 상류지역으로 이전하겠다고 했다. 취수원 이전 문제는 10여 년이 지났지만 해결 기미가 보이기는커녕 대구와 구미의 갈등만 심화해 왔다. 하지만 최근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구미시가 지난 8월 구미 해평취수원을 대구와 공동이용하는 방안 등이 담긴 환경부의 '낙동강통합물관리방안'을 조건부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렇다고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반대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낙동강과 함께 한국 경제발전을 이끌어온 대구와 구미의 취수원 갈등과 해결책을 2회에 걸쳐 살펴본다.

낙동강 축으로 산업단지 개발
양 도시 모래펄 기적 이뤘지만
페놀 유출로 식수 갈등 불거져
낙동강통합물관리안 도출에도
구미서 반대 목소리 만만찮아


◆낙동강과 대구·구미 경제 발전

대구와 구미의 경제 발전은 낙동강을 기반으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섬유산업은 과거부터 대구지역 경제 성장을 이끌어왔다. 한때 침체 위기를 겪었지만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통해 여전히 주력 산업군으로 자리매김한다. 섬유산업은 물 소비량이 많은 업종 중 하나다. 건조·염색·세척 등 가공단계에서 많은 물이 필요하다. 대구의 섬유산업 발전은 낙동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10년대 낙동강을 중심으로 산업단지가 개발되면서 중요성은 더 커졌다. 낙동강을 축으로 해 성서5차첨단산업단지, 대구테크노폴리스, 달성2차산업단지 등이 조성됐다. 이를 통해 지역 산업구조도 기존 섬유·염색·제직 등 저부가 가치 제조업 중심에서 첨단기계·신재생 에너지·미래형 자동차 등 고부가 가치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다.

1970년대부터 대한민국 경제성장을 견인한 구미산단 역시 낙동강의 풍부한 공업용수 덕을 톡톡히 봤다. 1960~70년대 수출을 주도한 섬유산업과 미래전략산업인 전자산업을 함께 육성하기 위해 구미산단을 조성했다. 이곳은 낙동강을 끼고 있어 용수 공급에 유리하다. 섬유산업으로 시작한 구미산단은 가전·반도체·휴대전화 등 대한민국 전자 수출 기지가 됐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을 중심으로 한 구미산단 수출액이 한국 전체 수출 흑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때도 있었다. 산단이 들어오기 전 구미지역 낙동강 일대는 모래펄이었다. 여기에 최첨단 전자산업단지를 일궈내면서 '구미 모래펄의 기적'이 일어났다.

◆잇따라 터진 수질오염 사고

1991년 3월 대구시민을 큰 충격과 공포에 빠뜨린 일이 터졌다. 구미산단 내 두산전자에서 유출된 30t의 페놀 원액이 낙동강을 통해 단 하루 만에 대구취수원에 흘러들었다. 시민들은 페놀에 오염된 수돗물의 엄청난 악취에 시달렸고 수많은 세대의 수도관이 오염됐다. 이후에도 디클로로메탄(1994년), 1·4-다이옥산(2004년), 과불화화합물(2018년) 등의 유출로 시민들의 고통이 컸다. 페놀유출사고로 수질 환경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이후 자연환경보전법 제정 등으로 대응책을 마련했음에도 수질오염 사고는 숙지지 않았다. 2010년대 들어서도 연간 수질오염 발생 건수가 약 30건에 이를 정도였다. 식수에 대한 불신은 점점 커졌다.

낙동강은 유달리 식수 갈등이 많다. 대구를 비롯해 부산·경남 등 1천만 국민이 낙동강 물을 식수로 공급받고 있기 때문이다. 낙동강의 수질이 중요한 이유다. 인간 삶에 필수 불가결한 게 물이다. 기후변화와 급속한 인구증가로 식수의 안정적 확보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낙동강 역시 마찬가지다. 다른 지역에 비해 먹는 물 의존도가 월등히 높지만 중·상류에 대규모 공장이 있어 수질 관리에 취약하다. 물과 관련해 크고 작은 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대구시도 수돗물의 70% 가까이를 낙동강에 의존하는데 대구 취수원과 구미산단의 거리는 30여㎞에 불과하다.

◆대구와 구미의 갈등

대구와 구미는 오랫동안 상부상조하는 관계였다. 구미학생들이 교육 등을 위해 대구로 많이 오고 일자리가 구미에 있어 출퇴근하는 대구시민도 상당수다. 그런데도 페놀유출 사고 후 서로에 대한 불신과 오해가 생기기 시작했다.

대구시의 취수원 이전사업은 구미산단의 유독물질 낙동강 유입이라는 대구 수돗물의 원천적 악재를 차단하자는 데서 시작됐다. 대구시는 2006년 구미산단 상류지역으로 낙동강 취수장을 이전하기로 하고 중앙부처에도 사업 추진에 따른 예산 확보와 협조를 건의했다. 그러나 취수원 이전은 대구나 구미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구미는 상수원보호구역 확대, 물 부족 등을 내세워 반대한다. 오염원 유출로 미안하기는 하지만 졸지에 물을 뺏기는 상황에 처하고 광역취수장이 생김으로써 발생하는 불이익을 떠안아야 할지 모르니 반발은 당연하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이해가 얽혀있는 것도 해법 도출을 어렵게 했다. 취수원 이전이 성사되면 대구시장 입장에서는 큰 치적이다. 하지만 시민들이 반대하는 일을 해야 하는 구미시장으로서는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반사이익이 별로 없다. 전임시장들이 미온적인 자세를 취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수영 논설위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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