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균형 발전을 위한 정책적 대안을 매우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 김영철 대구경북학회 전 회장·계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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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07   |  발행일 2021-12-07 제5면   |  수정 2021-12-07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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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대구경북학회 전 회장·계명대 교수

대구경북의 10년 후의 미래상을 그려보라는 질문에 대해서 청년, 전문가, 일반인의 응답은 유사하면서도 약간의 차이를 드러내었다. 대구경북에 괜찮은 일자리가 부족한 현실을 반영하여 세 개의 그룹이 모두 일자리를 키워드로 많이 제시하였다. 그런데 일자리 부족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는 균형발전의 문제에 대해서는 전문가와 일반인이 많이 언급하고 있는데 대해 청년은 크게 주목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의외다. 마찬가지로 청년은 대구경북 통합 논의에 대해서도 관심이 별로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역의 청년은 한국 사회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나 대구경북 통합과 같은 거시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교통, 부동산, 남녀차별과 같은 당장 현실에서 부대끼고 있는 문제가 가까운 미래에 해결되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역의 기성 세대와 비교하여 청년 세대가 지역의 미래를 그리는 데 있어 더 짧은 시간 전망(time horizon)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은 그들이 현실에 순응하는 경향을 두드러지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그들이 현실에서 봉착하고 있는 곤궁과 난관에 정신적으로 압도당하고 있는 오늘날 청년 세대의 문제를 우회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구경북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대선 공약을 제시하는 질문에 대해 세 개의 그룹이 모두 핵심 키워드로 기업을 포함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각각의 그룹에서 기업이라는 단어와 함께 나타나는 다른 단어와의 배치와 위상이 상이하다는 점이다. 전문가의 경우 단어의 빈도에 있어 산업과 대학이 기업보다 각각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기업 육성과 유치를 산업 정책의 일환 혹은 그 결과로 보고 있으며, 동시에 지역 대학의 전반적인 역량 강화와 인재 양성이 기업 문제 해결의 관건이라는 생각이 반영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는 기업과 균형발전이 가장 높은 빈도로 나타난 두 개의 단어다. 대구경북의 여러 지역에서 삶의 근거지를 가지고 있는 일반인은 개별 지역의 발전을 위해 기업 유치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균형 발전을 위한 중앙 정부 혹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정책적 대안을 매우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

청년 역시 대선 공약에 기업이라는 단어가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일자리 문제의 해결의 직접적인 방안으로 생각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청년이 전문가와 일반인과 가장 구별되는 것은 기업을 산업과 관련시키지 않고 그 자체를 개별적으로 사고한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중앙정부의 지방 정책은 산업정책을 중심으로 수행됐고 기업 유치도 이러한 맥락에서 논의됐다. 이러한 관행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청년 세대는 기업과 일자리의 문제를 개인의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직장으로 여기고 있을 뿐 그것을 정책의 관점과 담론의 수준에서 이해하려는 기존의 사고방식과는 차이를 보인다. 청년이 대구경북의 대선 공약에 포함되어야 하는 내용으로 공공기관을 많이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그들이 기업과 일자리와 관련한 논의의 일환으로 공공기관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영철〈대구경북학회 전 회장·계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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