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대선공약 시민이 나선다 .1] "수도권 권력다툼만 혈안...외면당한 비수도권 이대론 안돼"

  • 박종문
  • |
  • 입력 2021-10-10 13:40  |  수정 2021-10-26 07:26
■ 이제는 당당한 목소리를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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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대선 때 대구 중구 대구백화점 앞 야외무대에서 열린 '2017 대선 주권자대구행동 발족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적폐청산과 국가기구 개혁, 새로운 대구 건설을 위한 시민들의 요구를 대선 후보들이 공약으로 채택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영남일보DB

"4차산업혁명 조류 활용, 지역혁신-발전의 기폭제 삼아야"

"지방침체-위기극복 밑그림 제시 '게임제인저' 만들 기회"


6·10항쟁을 거쳐 헌법개정을 이루어 내고 국민들의 직접 투표로 대통령 선거를 선출했을 때 국민들은 행복한 미래, 아름다운 대한민국이 현실화될 것으로 생각했다. 

 

해방 후 국가형성기를 거쳐 산업화를 이루고 마지막 남은 과제였던 민주화를 성취함으로써 건전하고 행복한 사회가 형성돼 갈 것으로 기대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많은 진전을 이뤘다. 권위적인 국가공권력 행사는 현저하게 줄어들었으며, 정치권력의 분산과 지방자치제가 진행됐다. 

 

불필요한 사회적 규제가 차츰 자취를 감추고 일상생활에서 국민들은 한층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여러 가지 부당한 차별도 하나둘씩 개선되면서 다수 국민이 행복한 사회를 느꼈다. 민주사회의 공공성을 회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의료보험과 국민건강보험 확대로 본격적인 복지국가의 기틀도 잡아가기 시작했다. 산업화와 민주화로 급성장한 중산층은 대한민국을 건전한 방향으로 이끄는 중추적인 힘이 됐다. 

 

그러나 민주화 30여년이 지난 지금, 장밋빛 전망은 색이 많이 바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민주화의 상징인 대통령 직선제가 결과적으로 지방침체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우리 손으로 대통령을 뽑으면 그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이루고, 건전한 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펴고, 지역을 골고루 발전시키고, 사회적 차별이 없어지는 행복한 사회로 이끌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5년 마다 정치권력이 교체되면서 여야 간 권력투쟁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고, 국민들을 권력투쟁의 도구화하는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정치적 이득(권력장악)을 위해 국민통합이 아닌 국론분열에 국민들은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 

 

정치권력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면서 권력분산을 통한 권력 상호 간 견제와 균형은 무너졌고, 정치권력은 점점 더 큰 권력을 탐하는 상황이 됐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권력 다툼이 벌어지면서 정치권력의 지방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그만큼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관심도 형식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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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침체 가속
민주화 이후 일곱번의 대통령 선거를 치렀지만 지방은 더 침체됐다. 민주나 반민주, 지역갈등 구도 등의 프레임에 갖혀 투표를 한 결과다. 

 

 

대통령 후보가 내세우는 지역공약이 얼마나 실현가능하고 지역사회발전에 도움이 되는지를 꼼곰히 따져봐야 되는 데 그렇지 못했다. 지역사회에서 후보 면면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실제 지역발전을 위한 실현가능한 공약을 개발하고 이를 후보가 채택하도록 하는데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지역 인사가 특정 캠프에서 활동하면서도 지역공약 발굴을 주변 몇몇 전문가에게 의존하거나 개인적인 관심사를 반영하기도 해 지역발전과는 거리가 먼 경우도 있었다. 한마디로 대통령 선거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지만 전국적 프레임에 말려들어 지역발전을 위한 공약발굴과 이를 대선 공약화 하는데는 큰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이다. 

 

매번 대통령 선거를 이렇게 치른 탓에 대통령 선거에서 지방 공약은 형식적이거나 액세서리에 정도에 그친 것이다. 지역민들이 자기 지역의 공약에 큰 관심을 두지 않으니 대선 후보는 지역공약은 대충대충하고 인기있는 말만하면 됐다. 대통령 후보에게는 선거과정이 지방을 방문하고 지방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데 이를 지역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이다. 

 

정서적으로 가까운 후보에게 이유불문 지지표를 보내고 당선되면 '알아서 하겠지'라는 기대감을 가졌으나 결과는 철저하게 무시당했다. 

 

그 결과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구조적 모순의 확대다. 민주화의 과실을 골고루 나눠가져야 하는데 지방은 철저히 소외되면서 점점 어려운 환경이 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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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 일극주의
더 큰 문제는 불평등의 가속화다. 대한민국 건전성의 상징이었던 중산층은 급속히 무너지고 있으며, 불평등은 심화 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 확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 심화, 개인 간 소득격차가 확대되면서 중산층의 몰락과 빈부격차의 가속화 등 경제사회적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민주화 이후 많은 분야에서 격차가 확대되고 차별이 사라지지 않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수도권 집중이 큰 요인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산업화 초기 절대적으로 부족한 재원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특정지역, 특정산업에 편중된 지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지역이 바로 수도권이다. 그러나 보니 모든 게 서울로 집중됐다. 서울공화국의 탄생배경이다. 

 

지금은 서울공화국을 넘어 경기와 인천을 아우르는 수도권공화국이 됐다. 수도권은 모든 것을 다 가졌다. 국민의 50% 이상이 몰려있고, 1천대 대기업 가운데 753개 기업 본사가 서울에 있다. 수도권이 우리나라 신용카드 사용액의 72.1%를 차지하고 있다. 1천대 기업 매출의 86.3%가 수도권에서 발생한다. 

 

비수도권을 다 합쳐도 수도권 보다 땅이 넓은 것 외에 비중이 높은 것은 찾기 어려울 지경이다. 우리나라는 '수도권과 나머지는 지방'이라는 양극화 국가가 돼버린 것이다.
 

그 요인은 무늬에 그친 분권 때문으로 보인다. 중앙정부와 수도권은 여전히 막강한 자원배분권을 가지고 수도권에 우선 배분한 뒤 나머지를 지방에 시혜를 주듯 나누어 주고 있다. 민주화와 지방자치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자원배분 권한은 여전히 수도권·중앙권력이 잡고 있는 것이다. 

 

선거를 통한 공약이 실질적으로 자원배분 정책으로 나타나는 데 민주화 이후에도 압도적으로 많은 자원이 수도권에 집중된 것이 지방침체의 근본 원인인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역에서는 이런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에 대한 진단과 해법마련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지역 연고를 가진 대통령을 많이 배출했지만 그 이후 돌아온 과실은 크지 않았다. 막연히 '알아서 잘 해주겠지'라는 기대감을 가졌지만 과실을 얻지는 못했다. 갈수록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게임 체인저-4차 산업혁명
대전환의 시대다. 혁신의 시대다. 디지털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물결이 인류의 삶을 근본부터 바꾸어갈 태세다. 전통적인 산업발전 방식은 허물고지고 있다. 기술발전은 지구촌의 물리적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지구 한 모퉁이의 사건이 인류 전체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을 만큼 지구촌은 이제 단일 생활권이 됐다. 기술적 진보는 현실세계와 가상공간 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과 메타버스 시대의 문턱에서 대구경북은 이런 전혀 낮선 미래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그런 점에서 내년 선거는 역대 대통령 선거처럼 과거청산에 머물러 있거나 진영싸움으로 흘려보낼 선거가 아닌 것이다. 국가와 지역사회의 미래를 그리고 그 미래를 구체화하기 위한 설계(정책)의 밑그림을 그려야 하는 중요한 선거인 것이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대구경북지역이 머리를 맞대고 4차 산업혁명으로 시작된 지역혁신을 위한 고민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지금의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지방침체와 여러 부작용을 4차 산업혁명 조류를 활용해 지역혁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내년 대선을 지역발전의 기폭제로 삼기 위한 전략적 고민을 해야할 시기인 것이다. 

 

시도민들도 후보들의 우리지역 공약을 찬찬히 살펴보고 후보를 택하는 성숙성을 보여야 할 때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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