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대구 시내버스 연간 지원금 2천억 시대의 단상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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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09   |  발행일 2021-12-09 제23면   |  수정 2021-12-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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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교육인재개발원장 겸 CEO 아카데미 부원장

며칠 전 출근 때 시내버스를 탔다. 필자는 자가운전자라서 버스 탈 일이 거의 없지만, 승용차로 출근할 수 없을 때는 간혹 버스를 탄다. 버스를 타면 승용차로 다닐 때는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세상이 보인다. 시내버스는 서민들이 일상에서 접하는 것이어서, 친절한 기사의 미담에서부터 배차 간격에 대한 불만까지 온갖 이야기들이 나돈다. 게다가 대구처럼 세금이 버스업체에 지원되는 준공영제이면 더욱 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필자 역시 대구 시내버스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말하기도 한다. 그중 하나는 버스가 종점에 도달하기 전에 운행 시간이 끝났다며 승객을 중도 하차시키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늦은 밤에 목적지가 아닌 다른 곳에서 하차해야 하는 승객 입장에서는 황당하고, 화가 머리끝까지 나는 일이다. 다행히도 내년부터는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가 시내버스 노사에 내년 상반기까지 중도 하차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했고, 노사도 이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준공영제라는 시각에서 시내버스를 바라보면, 혈세를 줄이는 방법은 없는지를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준공영제 때문에 대구 시내버스는 어떤 불경기에도 망하지 않는 회사가 됐다. 준공영제 이후 버스 기사에 대한 처우도 좋아져 버스 기사로 취업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이 모든 것이 대구시민이 낸 세금으로 버스 회사를 지원하니 가능한 일인데, 지원되는 세금은 꾸준히 늘고 있다.

준공영제가 실시된 2006년에는 413억원을 지원했으나, 작년에는 1천819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올해 지원금은 1천946억원에 이를 것으로 잠정 집계돼 내년에는 2천억원을 넘길 수도 있을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버스업체에 대한 지원금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중 하나가 연료비 절감이다. 버스업체에 대한 대구시의 지원금 항목 중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2018년 7월 대구시는 운전기사의 연비 절감 운전을 유도할 수 있는 장치를 시내버스에 장착했다. 급출발 때 경고음을 내고, 최적의 기어변속 시점을 알려주는 등의 방식으로 연료를 절감하는 장치다.

장치를 도입할 당시 대구시는 2015년 기준으로 시내버스 표준운송원가의 23.8%(연간 530억원)를 연료비가 차지한다면서, 이 장치 도입으로 향후 5년간 매년 8%씩 연료비를 낮춰 총 214억원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대구시에 따르면 2018년 7월 이후 작년 말까지 연료 절감률은 5.05%에 머물렀다. 올해 들어 9월까지의 절감률은 7.3%로, 작년보다 많이 향상됐으나 여전히 당초 목표치에는 못 미치고 있다. 반면 연료절감장치를 장착한 다른 도시의 절감률은 부산 11%, 광주 17%, 구미 18%로 대구보다 높다.

대구와 다른 지역의 연료절감률이 차이 나는 이유가 뭘까. 대구 버스 기사들의 운전 습관이 다른 지역의 버스 기사들보다 나빠서일까. 행여 연료절감장치의 차이는 없는 것일까. 공교롭게도 연료절감장치를 장착한 전국 각지의 시내버스 중 대구 시내버스에 장착한 업체만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버스 기사의 운전습관을 개선해야 할 사항인지, 연료절감장치의 잘못은 없는지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 혈세가 투입되는 곳에는 한 푼이라도 합리적으로 줄일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시민이 낸 세금이 허투루 사용되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진욱 교육인재개발원장 겸 CEO 아카데미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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