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야경, 아름답지만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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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10   |  발행일 2021-12-10 제23면   |  수정 2021-12-10 07:23

연말이다. 사람들로 붐비는 도시 밤거리는 더욱 강렬한 조명 불빛으로 출렁댄다. 광고조명에 이런저런 장식조명까지 어우러져 밤거리를 환히 밝힌다. 1800년대 말 토머스 에디슨이 뉴욕 거리에 처음으로 백열전구를 밝힌 이후 전기 조명은 현대 인류에게 새로운 삶을 안겨줬다. 각양각색의 인공조명 덕분에 한밤에도 집과 사무실에서 일할 수 있고 야외 거리에서도 대낮처럼 활동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약도 지나치면 독이 되는 법. 현대 인류는 말 그대로 넘쳐나는 조명으로 인해 '빛 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 삶에 없어선 안 될 중요한 것이지만 과도한 빛이 인간 건강까지 해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심야에 일정 밝기 이상의 빛에 노출되면 생체리듬 조절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돼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야간교대 근무가 잦은 사람에게 유방암, 대사증후군 등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동·식물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식물은 밤낮 구분이 안 돼 정상적인 성장이 어려워진다. 야행성 동물은 짝짓기와 사냥이 제대로 안 돼 생존 위협을 당한다.

한국은 빛 공해가 심각한 나라다. 빛 공해 정도가 주요 20개국(G20) 중 둘째로 높다는 연구 결과를 허투루 볼 일이 아니다. 빛 공해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전국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빛 공해 차단대책 마련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대구시는 올해 8개 구·군을 대상으로 조사해 '빛 공해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만들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44.7%가 빛 방사 허용기준을 초과했다. 별도 진행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6%가 조명으로 인해 불편을 겪는다고 했다. 인공조명 관리에 관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68%나 됐다. 대구시도 빛 공해가 심각한 만큼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조만간 종합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야경이 아름답지만 건강을 해친다면 그것은 독이다. 인간에게는 물론 우리와 함께 사는 동·식물에도 어둠을 만끽할 수 있는 자유를 줘야 한다. 김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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