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명품과 미술품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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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22   |  발행일 2021-12-22 제27면   |  수정 2021-12-22 07:11

정확히 말해야겠다. 우리가 흔히 '명품'이라 부르는 것은 '패션 명품'을 가리킨다. 특히 한국 사람은 명품 핸드백을 좋아한다. 그것도 샤넬, 구찌, 루이뷔통처럼 커다란 로고나 특이한 문양으로 한눈에 어떤 브랜드인지 알 수 있는 명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지나가는 사람이 핸드백을 보고 "아, 그 브랜드!"라며 알아봐 주면 일단 흐뭇하다.

한국인의 유난스러운 명품 사랑은 최근 프랑스 명품업체 샤넬이 국내 일부 상품의 1인당 구매 가능 수량을 제한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샤넬은 지난 10월부터 샤넬의 대표적인 인기 라인 제품을 한 사람이 1년에 1점씩만 살 수 있게 제한했다. 에르메스도 구매 수량 제한정책을 시행 중이다. 고객 1인당 같은 디자인의 가방을 1년에 2개까지만 살 수 있도록 했다. 소위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에르메스, 샤넬, 루이뷔통 매장 앞에 새벽부터 줄 서서 대기하는 행렬이 허다하니 이런 조치가 나올 만도 하다.

최근 미술품 시장도 세계적인 작가나 국내 유명작가의 작품을 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작가의 경우 작품이 없어 사전 주문해 놓고 기다리는 일도 빈번하다고 한다. 주식, 부동산, 코인 투자 열풍이 명품, 미술품까지 번진 것이다.

폭발적 인기를 끄는 명품과 미술품은 공통점이 많다. 아름답다는 점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끌지만, 희소성을 가지고 투자가치가 있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명품과 미술품은 그 수가 제한돼 아무나 가질 수 없다. 구매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흔히 '3초 백'이라 하는 루이뷔통 가방도 100만원을 넘어서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미술품은 더하다. 부르는 게 값이다. 인기가 치솟은 이우환·박서보 작품은 기본 수천만 원에서 수십억 원에 이른다. 명품과 미술품이 귀해지다 보니 몸값이 더욱 올라가고 있다. 어느새 아름다워서 샀던 명품과 미술품이 돈벌이 수단이 되는 투자상품으로 변질했다. 감성이 빠지고 경제만 남은 것에서 과연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겠는가. 김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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