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백화점으로 시민들이 몰렸다" 우울했던 자영업자의 크리스마스

  •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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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26 16:52  |  수정 2021-12-26 17:33  |  발행일 2021-12-27 제6면
사적 모임 4인에 영업시간 밤 9시 제한에 '울상'
예약 80%가 취소..."가장 바빠야 할 날에 한숨만"
집단휴업 찬반 투표 결과 85%가 찬성표 던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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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대구 중구의 한 백화점에서 손님이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고르고 있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우울한 크리스마스였다. 대구의 자영업자들은 연신 한숨만 내쉬었다.
대구 도심에 인파가 몰려들어도 웃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방역수칙이 강화되면서 사적 모임이 4인으로 줄어들고, 영업시간도 오후 9시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기 위해 백화점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식당이나 카페 업주들의 가슴은 더욱 타 들어갔다. 방역패스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백화점은 크리스마스 대목으로 활기한 모습이었다.


한 백화점 직원은 "오전부터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크리스마스 선물용으로 쿠키 종류가 많이 나갔다. 잘 나가는 물건이 다 빠져서 새로 재고를 들여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다른 직원은 "크리스마스 한정 패키지는 거의 다 나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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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인 25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가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연말 대목을 기대했던 터라 자영업들의 고통 강도는 훨씬 셌다. 대구 중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함모(40)씨는 "원래 일 년 중 가장 바쁜 날이 크리스마스 이브와 31일이다. 시내 술집 사장들은 연말만 바라보고 장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며 "다른 사장들도 한숨만 쉬고 있고, 휴업 투표에도 참여했다"고 토로했다.


실제 자영업자 단체들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합(코자총)'의 집단휴업 찬반 투표가 진행됐다. 투표 결과 한국외식업중앙회 85%가 집단휴업에 찬성했다. 전국 회원 5만1천490명이 투표에 참여, 4만3천710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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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후 9시쯤 대구 수성구 신매광장. 배달 오토바이들이 한 가게 앞에 서 있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크리스마스 이브와 당일 대구 번화가를 찾은 오후 9시가 가까워지자 귀가를 서두르는 모습이었다. 25일 오후 8시 50분쯤 대구 수성구 신매동 신매광장. 오후 9시가 되자 손님들이 썰물처럼 식당을 빠져나갔다. 가게 주인들은 청소 등을 하며 영업을 마무리했다. 일부 가게에선 '포장·배달'이 가능하다는 안내 문구를 설치해놓기도 했다. 시민들이 떠나간 광장에는 배달 오토바이 소리만 요란했다.


식당 주인 A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연말 특수를 놓치니 답답하다. 방역수칙이 강화되면서 연말에 잡혀있던 예약도 80% 이상 취소됐다"면서 "내년까지 코로나19가 이어진다면 가게 문을 닫아야 한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대구 수성못에서 2년째 식당을 운영하던 김모(37)씨는 "크리스마스라 평소보다 손님들이 많이 찾긴 했지만, 방역패스가 적용돼 대기줄이 길어지면서 손님들의 불만이 늘어났다. 또 대다수가 2~3인 손님이라 큰 매출 증가는 없었다"며 "주위의 친한 자영업자들도 죽을 맛이라며 하소연하고 있다"고 했다.


동성로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이모(42)씨는 "원래 우리 가게는 새벽 3시까지 영업을 하는 곳이다. 영업시간 제한으로 매출이 60~70% 떨어졌다"며 "방역패스가 아니라 힘든 자영업자를 위해 실질적인 정책을 펼쳐달라"고 호소했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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