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문화재 환수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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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03   |  발행일 2022-01-03 제35면   |  수정 2022-01-03 07:28

네덜란드 출신 화가 하면 첫손 꼽히는 이가 렘브란트(1606~1669)다. 해상강국이었던 네덜란드의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렘브란트는 빛과 어둠을 극적으로 배합하는 기법을 사용해 '야경'과 같은 수많은 걸작을 남겼다. 인생 말기에 종교적 작품에 천착했던 그는 자신의 내면을 자화상으로 담아낸 화가로도 유명하다. 평생 100여 점의 자화상을 남겼다. 그의 자화상은 중년에 겪었던 역경과 이를 극복하려 했던 의지가 그대로 담겨 있어 가치가 높다.

최근 네덜란드 정부가 2천300여 억원을 들여 프랑스로부터 렘브란트의 자화상 '기수(The Standard-Bearer)'를 매입하기로 했다고 한다. 1636년에 제작된 이 작품은 기수의 복장을 한 렘브란트의 모습을 담았다. 프랑스는 이 작품을 국보로 지정하기도 했으나 최근 그림의 구매 권한을 포기하고 시장에서의 거래를 허용했다. 그러자 네덜란드가 매입을 결정했다. 렘브란트 작품이 수세기 동안의 해외 여정을 마치고 마침내 조국 품에 안기게 됐다는 소식이 반갑고 부러웠다.

일제강점기를 겪었던 우리나라는 해외에 약탈당하거나 불법적으로 유출된 문화재가 많다. 그 수가 20만여 점에 달한다. 문화재환수전문기관인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있지만, 예산 부족 등으로 인해 환수 실적은 저조하다. 문화재 환수 방법은 구매, 기증, 국가 간 협정이 있다. 기증이나 국가 간 협정이 쉽지 않아 일반적으로 구매에 의존한다. 하지만 문화재 대부분이 아주 고가라서 구매에 한계가 있다. 네덜란드가 거액을 들여 렘브란트의 작품을 샀다는 소식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문화재는 민족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 한 집단의 구심체가 되는 매우 중요한 역할도 한다. 고국을 떠난 문화재의 환수는 우리 정신을 찾는 것이다. 최근 국회에서 국외문화재 환수 및 보존, 활용을 위해 기부금품을 모집하는 '문화재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늦은 감이 있지만 반가운 소식이다. 국외문화재 환수는 시급한 일이니만큼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 김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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