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뷔'의 벽화를 보며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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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13   |  발행일 2022-01-13 제23면   |  수정 2022-01-13 07:11

최근 BTS 멤버 '뷔(본명 김태형)'의 모교인 대구 서구 대성초등 외벽 담장에 대형 파노라마 타일 벽화가 설치됐다. 높이 2m, 가로 33m 크기의 벽화는 뷔가 좋아하는 화가 반 고흐의 작품 '별이 빛나는 밤'을 배경으로, 그 위에 뷔가 음악 작업하는 모습을 파노라마 사진으로 꾸몄다. 벽화는 뷔의 중국 팬클럽 제안에 대성초등과 서구청이 화답해 성사됐다. 벽화 설치 비용은 전액 팬클럽에서 부담했다. 서구청 측은 "대성초등 인근에는 달성 토성마을, 오미가미 거리 등이 있어 서구 관광화 사업과 연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뷔 벽화의 파급효과에 기대를 걸었다.

전국에 벽화 열풍이 불고 있다. 경남 통영 동피랑 마을 벽화가 전국 명소가 된 이후 다양한 벽화사업이 전국에서 진행됐다. 대구에도 김광석길, 마비정 벽화마을 등이 유명하다. 벽화는 서구에서 넘어온 '그래피티 아트'라 할 수 있다. 그래피티 아트는 벽 등에 낙서처럼 긁거나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그리는 그림이다. 유럽·미국 등에서는 거리예술로 자리 잡았다. 특히 요절한 천재 화가 장 미셸 바스키아와 키스 해링이 하위문화로 여겨졌던 그래피티 아트를 새로운 현대미술로 격상시켰다.

우리나라의 벽화 수준은 어떨까. 예술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제대로 된 벽화도 있지만 소수에 그친다. 상당수는 시각 공해에 가깝다는 비판이다. 체코 프라하에는 '존 레넌 벽'이라는 세계적인 명소가 있다. 1980년대 체코 공산정권 시기 민주화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대가 벽에 비틀스 멤버 존 레넌의 얼굴을 그리고 노래 가사를 적은 벽화이다. 존 레넌은 공산주의 치하에서 신음하던 체코 젊은이들에게 자유와 저항의 상징이었다.

벽화는 전문성 있는 작가가 투입돼 공간 특징을 살리면서 내용 있는 그림을 그리는 게 중요하다. 제작 후 꾸준한 관리도 필요하다. 만들어만 놓고 관리를 소홀히 해 그림이 훼손되면 없느니만 못할 수 있다. 뷔의 벽화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란 작품처럼 오랫동안 아름다운 모습으로 있어 주길 바란다.

김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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