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넘쳐나는 부지, 부족한 콘텐츠의 대구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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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27   |  발행일 2022-01-27 제23면   |  수정 2022-01-27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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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교육인재개발원장 겸 CEO 아카데미 부원장

'아파트만 들어서는 대구.' 필자 눈에만 이렇게 보이는 건 아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비슷한 시선으로 대구를 바라보고 있다. 대구 도심 곳곳이 아파트 공사 현장인데, 기업체의 업무용 빌딩이나 공장을 짓는 곳은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건설업이 주는 전후방 연관 효과 때문에 아파트 건립은 대구경제의 활력이 되고, 주거환경 개선의 효과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대구의 산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건축물이 동반되지 않고, 아파트만 들어선다면 문제는 다르다.

한때 대구에서도 산업용지가 부족하다는 말이 있었다. 하지만 국가산업단지·경제자유구역·혁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산업용지 부족은 더 이상 대구에서 통용되지 않는 말이 됐다. 오히려 이들 부지에 채울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말이 더 와 닿는다. 콘텐츠는 민간기업일 수도 있고, 국책 연구소 혹은 문화공간일 수도 있다. 2006년 7월부터 8년간 재임했던 김범일 전 대구시장은 "대구 발전을 위한 그릇(경제자유구역 등)은 마련됐으니, 이제는 그릇 채우는 일이 중요하다"는 말을 종종 했다.

그런데 이들 부지에 콘텐츠를 제대로 채우기도 전에 신규 개발지가 대규모로 공급되고 있다. 공공시설물 이전에 따른 후적지 개발과 신규 프로젝트 때문이다. 대구공항, 대구시청 본관 및 별관, 대구교도소, 대구법원. 그리고 대구 북구에 있는 경북농업기술원과 달서구의 월배차량기지. 이들 공공기관 혹은 시설물은 이전이 예정돼 후적지를 개발해야 할 곳이다.

여기에다 서대구역세권, 금호워터폴리스 산업단지(북구 검단동), 율하 도심첨단산업단지(동구 율하동) 조성은 진행 중인 개발 프로젝트로, 이곳에도 많은 콘텐츠를 담아야 한다.

개발사업지에 다양한 콘텐츠를 담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대형 개발 프로젝트 대부분은 콘텐츠뿐 아니라 아파트단지 건립을 동반한다. 콘텐츠를 담기는 어렵지만,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대구테크노폴리스·대구혁신도시에는 입주한 기업들도 있지만, 주변의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더 눈에 띄는 것이 단적인 예다. 이시아폴리스(동구 봉무동)는 패션·어패럴기업 유치라는 당초 계획이 어렵게 되자 사업계획을 변경해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더 눈에 들어오는 지금의 모습이 됐다.

특히 군부대 이전에 따른 후적지 개발은 필연적으로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동반한다. '기부 대 양여' 방식, 쉽게 말하면 후적지 개발 비용으로 이전비용을 충당하는 군부대 이전 방식 때문이다. 실제 694만㎡(통칭 210만평) 규모의 대구공항 후적지에는 수익성 때문에 2만1천가구의 아파트를 건립할 수 있다는 분석 자료도 있다.

여기에다 이전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북구의 50사단과 수성구의 육군 2작전사령부가 이전하면, 이들 군부대 이전에도 '기부 대 양여' 방식이 적용돼 아파트단지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달서구에 있었던 옛 50사단, 창원의 39사단이 있었던 곳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것에서 군부대 후적지의 미래 모습을 볼 수 있다.

민간기업이 자신들의 영업활동을 위해 아파트 짓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공공부문이 대형 프로젝트의 부대 사업으로 아파트를 건립하는 것을 대구에서는 당분간 해서는 안 된다. 아파트는 공급과잉이고, 콘텐츠는 부족한 게 현재 대구의 모습이다. 대구사회가 함께 콘텐츠에 주력할 때다.
김진욱 교육인재개발원장 겸 CEO 아카데미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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