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현대미술 거장, 노르망디 햇빛서 희망을 퍼올리다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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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28   |  발행일 2022-01-28 제14면   |  수정 2022-01-28 08:10
호크니, 노르망디에 반해 작업실 구해
팬데믹 악화하자 자발적인 고립 생활
미술평론가이자 동료인 게이퍼드와
삶과 예술에 관해 나눈 대화 담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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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노르망디에 있는 작업실에서 데이비드 호크니가 반려견 루비와 함께 있는 모습. <시공사 제공>


책은 동료이자 친구인 데이비드 호크니와 미술평론가 마틴 게이퍼드가 삶과 예술에 관해 나눈 대화를 담았다. 게이퍼드에 따르면 이 책은 호크니의 전기가 아니다. 호크니의 삶과 미술은 여전히 진화 중이어서 작품과 대화, 그 안에서 드러나는 새로운 전망, 그것들이 마음속에서 일으키는 생각을 기록한 일기에 가깝다는 게 게이퍼드의 설명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어려움을 마주한 상황에서 80세 넘은 고령의 예술가 호크니는 '봄'이라는 주제에 몰두했다. 그는 프랑스 노르망디 시골에서 계절의 변화를 몸소 느끼며 하루하루 달라져 가는 자연을 그림에 담아냈다. 책 표지와 제목에서도 따뜻함이 느껴진다.

책은 호크니가 2019년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봄을 맞기로 했다는 계획을 밝히는 내용에서 시작한다. 이어서 호크니가 어떻게 노르망디에 머무르게 됐고 노르망디에서 지내게 된 것이 호크니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다룬다.

봄은언제나찾아온다_표지_평면
데이비드 호크니·마틴 게이퍼드 지음/주은정 옮김/시공아트/280쪽/2만5천원

노르망디가 품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과 햇빛에 반해 호크니는 작업실 '그랑드 쿠르'를 구했다. 이후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면서 호크니가 그곳에서 창작을 이어가는 내용이 책에 담겨 있다.

책에선 어떤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자신의 작업에만 매진해온 호크니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게이퍼드는 호크니가 유명인사였지만 실제 어떤 운동이나 유행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했다.

호크니도 이렇게 말했다. "나는 예술계의 많은 변화를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당신도 알다시피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잊히고 맙니다. 그것이 예술가들의 운명이죠. 나 역시 잊힐 수 있습니다. 모를 일이죠. 나는 아직 잊힌 존재는 아닙니다만 잊힌다 해도 괜찮습니다. 나는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중략) 오늘날의 예술 중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알기 위해서는 엄청난 통찰력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나는 그 문제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리지 않을 겁니다. 역사책은 계속해서 다시 쓰이니까요."

'살아있는 거장'으로 불리는 호크니지만 해가 뜨는 아침 일어나 작업을 시작해 해가 지는 저녁이면 잠자리에 들어 내일을 준비하는 모습은 소박하다. 그는 자연에 둘러싸여 오로지 작업만 할 수 있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매일 새로운 작품을 그리고 있다. 80세 넘은 예술가가 작업실 주변의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의 흐름을 아이패드로 담기도 한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게이퍼드에 따르면 호크니에게 활력을 불어넣은 것은 다음 작품, 다음 발견이다. 게이퍼드는 "이것은 결국 창조적인 사람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태도이자 기본 심리다. 일단 뒤돌아보기 시작하면 앞을 향한 전진을 멈추게 된다"고 설명했다.

호크니의 팬이라면 이 책은 더욱더 반가울 듯하다. 호크니가 2019년부터 노르망디에 머무는 동안 그린 신작들이 가득 담겨있기 때문이다. 호크니의 새로운 전시를 보는 듯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책에는 지난해 5월 한 달 런던, 뉴욕, 로스앤젤레스, 도쿄, 서울의 대형 전시장 옥외 스크린에서 상영된 호크니의 애니메이션 '태양 혹은 죽음을 오랫동안 바라볼 수 없음을 기억하라'와 관련한 이야기, 영국 왕립미술아카데미에서 지난해 상반기 열린 신작 전시에서 선보인 작품들도 소개한다. 책에선 호크니의 작품뿐만 아니라 피카소, 고흐, 모네 등 거장들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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