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Nobody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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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2-04   |  발행일 2022-02-04 제23면   |  수정 2022-02-04 07:11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오디세우스가 귀향길에 겪은 모험을 담았다. 오디세우스는 키클롭스가 사는 섬에서 죽을 고비를 넘겼다. 키클롭스는 사람을 잡아먹는 외눈박이 거인이다. 키클롭스의 동굴에 갇힌 오디세우스는 부하들이 차례차례 거인에게 먹히는 것을 봐야 했다. 물론 그도 곧 먹힐 운명이다. 부하들이 도와달라고 애걸해도 오디세우스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전쟁 영웅이지만 거인 앞에서는 그저 무력한 인간이었다. 키클롭스가 그에게 이름을 묻자 그는 "My name is nobody"라고 답했다. 더는 'Somebody(자부심 가득한 자)'가 아닌 'Nobody(아무것도 아닌 자)'였던 것이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그는 자신을 버렸다. 그리곤 'Nobody'라는 말에 안심한 거인의 눈을 찔렀다. 거인의 비명을 듣고 달려온 동료가 "누가 그랬느냐"라고 묻자 거인이 "Nobody"라고 답했다. 이를 '그런 사람이 없다'는 뜻으로 이해한 동료는 그냥 돌아가 버렸다. 동굴을 탈출한 그는 그제서야 거인에게 진짜 이름을 밝힌다. "나는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다."

현재 대한민국은 키클롭스의 동굴에 갇힌 오디세우스의 처지와 다를 바 없다. 그야말로 총체적 위기에 처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서민의 삶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졌다. 더는 못견디겠다는 아우성이 가득하다. 경제도 급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이래저래 미래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안보도 불안하다. 남북은 물론 한미 관계도 불신의 늪에 빠졌다. 짊어진 과제 중 어느 하나 녹록한 게 없다.

대선이 코앞이다. 난국을 수습할 지도자가 절실한데 아직 보이지 않는다.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 시대정신을 바라볼 예리한 통찰력, 글로벌 경제에 대한 식견 등을 갖춘 대통령이 필요하나 대선 후보자의 면면을 살피면 의구심이 든다. 오디세우스는 맹장(猛將)이 아닌 지장(智將)이다. 그를 위험에 빠뜨린 것은 자만심이고 이를 이겨내게 한 것은 지혜와 겸손이다. 오디세우스 같은 지장은 누구일까. 김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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