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내로남불 시즌2' 안 된다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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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07   |  발행일 2022-03-07 제27면   |  수정 2022-03-07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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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범 논설위원

'지긋지긋한 5년'. 한 줄 평으로 이만한 게 있겠나 싶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소셜미디어 글이다. 대선 사전 투표 첫날인 4일 올라왔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냉소적 비판이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어디 진 전 교수뿐인가. 많은 진보 인사들이 문재인 정권을 비판했다.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을 지낸 김경율 회계사, 민변 출신의 권경애 변호사, 홍세화 작가도 가세했다. 진보 논객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라는 책에서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사례를 일일이 정리하다가 중도에 그만두고 말았다. 거의 모든 게 내로남불이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문 정권은 지난 5년 내내 내로남불과 편 가르기로 국민에게 스트레스를 줬다. '조국 사태'는 대한민국을 두 동강 나게 한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문 대통령은 3·1절 기념 연설에서도 "첫 민주 정부는 김대중 정부"라고 말해 편 가르기 논란을 일으켰다. 직선제를 통해 선출된 노태우 전 대통령은 차치하고라도 첫 문민정부였던 김영삼 정부마저 민주 정부로 인정하지 않은 발언이다.

문 정권은 국민을 실망시키는데 도가 텄다. 내로남불이 정권의 DNA라는 것을 각인시키는 듯하다. 청와대는 최근 특수활동비와 김정숙 여사의 의전 비용을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유가 가당찮다. "국민의 알 권리와 정보공개제도의 취지, 공개할 경우 공익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도대체 김정숙 여사의 의전 비용과 공익이 무슨 상관인가. 가뜩이나 김정숙 여사의 옷값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 해외에서 패션쇼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향해 특활비의 투명한 집행과 공개를 요구했던 문재인 정권이 이제 국익을 방패 삼아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참으로 지긋지긋한 이중잣대다. 항소가 아니라 당당히 공개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거리낄 게 없다면 더욱 그렇다. 무엇이 두려워 감추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낙하산 근절'도 허언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 "공기업의 낙하산 보은 인사는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현실은 어떤가. 낙하산 천지다. 국회 정무위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8개 금융공공기관에서 받은 임원 및 이사 현황'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문재인 정부 5년간 금융공공기관에 임명된 친정부·친여당 성향의 낙하산 인사가 63명에 이르렀다. 낙하산 인사가 금융공공기관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최근에는 '낙하산 알박기 인사'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대통령비서실과 대통령경호처 퇴직자 일부가 공공기관 고위 간부로 재취업했다.

오는 9일 대한민국의 새 대통령이 선출된다. 진 전 교수는 '지긋지긋할 5년'이라고 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달라질 게 없을 것이라는 평가다. 언뜻 이해가 된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안 된다. 달라져야 한다. 문 정권에서 일어났던 일이 반복되면 패닉에 빠지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선거가 돼야 하고, 진정한 국민통합이 이뤄져야 한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도 끝나야 한다. 약속을 지키는 솔직한 대통령, 공정한 대통령, 소통하는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어야 한다.' 5년 전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가 새삼 절실하게 다가온다. '내로남불 시즌2'는 절대 안 된다.
조진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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