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포스코와 포항의 미래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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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24   |  발행일 2022-03-24 제23면   |  수정 2022-03-24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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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경북부장

2개월 가까이 포항을 포함한 경북지역을 벌집 쑤시듯 했던 포스코 사태가 일단락됐다. 포스코가 지난해 12월28일 이사회에서 포스코 지주사 본사와 연구원을 서울에 설립하기로 결정한 이후 포항 전체가 혼란에 휩싸였다. 그 와중에 포스코그룹의 탈(脫)포항을 막기 위해 지역사회는 똘똘 뭉쳐 그야말로 한몸처럼 움직였다. 정치권만이 아니라 시민까지 가세해 포스코의 서울행을 결사반대했다. 경북과 대구도 포항시의 포스코 지주사 서울 이전 반대 움직임에 적극 보조를 맞췄다. 포항의 문제를 넘어서 경북, 나아가 20대 대통령 선거의 이슈로까지 부각시켰다.

말 그대로 우공이산(愚公移山)이었다. 노인 우공의 끝없는 노력이 집을 가로막은 산을 옮기듯, 전혀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포스코에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지난달 25일 포스코는 지주사 본사 서울 이전을 전격적으로 백지화하고 내년 3월까지 본사를 포항에 설립하기로 했다. 미래기술연구원도 포항에 본원을 두기로 했다. 지역 상생협력과 투자 사업은 포항시와 포스코, 포스코홀딩스가 TF를 구성해 상호 협의키로 했다. 분명 반길 일이다.

포스코는 대한민국 철강산업을 이끌어 왔고 포항과 경북, 나아가 국가 경제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철강산업의 중심이 중국으로 옮겨가면서 철강도시 포항도 급격한 침체에 빠졌다. 포스코 사태는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포스코의 서울행을 저지한 것은 천만다행이지만 이보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철강산업에만 의존했던 포항산업의 체질 개선이다. 포항의 경쟁력을 강화할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철강 경기에 따라 지역경제가 좌우되는 단선적 경제구조로 인한 폐해는 포항시와 시민이 누구보다 잘 안다.

포항시가 지역경제구조의 문제점을 알고 복합적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해 배터리를 비롯, 수소산업·바이오헬스 분야를 3대 핵심전략으로 정하고 육성에 나선 것은 환영할 일이다. 이강덕 시장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포항의 미래 먹거리로 배터리와 바이오를 꼽았다. 특히 배터리 전진기지로 탈바꿈하는 것은 지역경제에 긍정적 신호다. 제2의 반도체라고 불리는 배터리 연료산업은 미래 핵심산업 중 하나다. 환경 파괴가 적은 친환경 발전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 시대 흐름에 딱 맞는 발전원이다. 배터리 시장의 폭발적 성장 가능성을 고려하면 관련 산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포항시는 바이오산업 거점도시로의 도약도 시도하고 있다. 포항에는 교수진·대학원생 등 3천여 명의 연구 인력을 보유한 포스텍이라는 탄탄한 연구개발 인프라가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3·4세대 방사광가속기도 보유했다. 방사광가속기는 이미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지난해 준공된 세포막단백질연구소도 한몫할 것이다. 우수한 연구 인력에다 그 분야 연구인프라까지 갖췄으니 바이오산업을 이끌 최적화된 환경을 갖춘 셈이다.

신성장산업이 지역에 뿌리 내리고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도록 포항시와 경북도는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포스코사태를 통해 포항이 가야 할 방향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포항을 먹여 살렸던 기업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을 통해 포항 전체의 변신을 꾀해야 한다. 그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다. 포항산업 지형의 대변혁을 통해 철강산업이 만들었던 신화를 재창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수영 경북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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