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박복조 시인 "야생화 보며 코로나로 지친 심신 치유하세요"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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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11 08:31  |  수정 2022-04-11 08:33  |  발행일 2022-04-11 제24면
작년 10월 기증 대구수목원 야생화 분경 전시
백산차·버들참빗 등 희귀종도
전시회 이후엔 상시 개방 예정

박복조
지난 9일부터 대구수목원과 협업해 야생화 분경 전시회를 열고 있는 박복조 시인. <영남일보DB>

"코로나19로 우울한 마음을 야생화를 보면서 날려 보내길 바랍니다."

대구수목원은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에게 다양한 식물과의 교감을 통해 심신을 치유할 수 있도록 야생화 분경 전시회를 지난 9일부터 열고 있다.

분경이란 돌과 식물, 흙, 이끼 등 자연재료를 이용해 자연의 풍경처럼 꾸며놓은 조그마한 정원을 의미한다. 이번에 전시된 분경들은 지난해 10월 박복조(79) 시인이 기증한 작품들이다.

박 시인은 대구가톨릭문인회 회장, 대구문인협회 부회장 등을 지내며 문인으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보였다. 2011년 대구의작가상, 2017년 이상화시인상 등도 받았다. 그런 그가 야생화에 푹 빠졌다. 2007년 야생화를 소재로 한 시집 '세상으로 트인 문'을 펴내고 이를 기념한 야생화개인전도 열었다.

박 시인은 "젊었을 때부터 난초· 분재 등을 키웠다. 자연스럽게 은은하면서도 소박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야생화에 매료됐다"며 "야생화는 어린애와 같다. 잠시라도 관리가 소홀하면 시들거나 죽는다. 반면 애정을 쏟는 만큼 싱그러운 아름다움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유행하는 반려식물의 의미를 제대로 깨닫게 해줬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야생화에 대한 고마움을 거듭 강조했다. 야생화를 키우면서 자신만의 색깔이 있는 시를 쓰고 인생의 아름다움과 가치에 대해서도 새롭게 깨닫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그에게 야생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이었다.

그래서 20여 년 전부터 자신의 집 옥상에서 야생화를 키우고 있다. 넓은 옥상 가득 야생화가 피어 있다. 매일 물 주고 잡초 뽑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그는 여기서 삶의 활력을 얻는다.

이렇게 소중히 여기던 야생화를 지난해 대구수목원에 기증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그에게는 소중한 것이었지만 이제는 자신만의 즐길 거리가 아니라 시민에게 그 즐거움을 확산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증을 기념해 대구수목원이 마련한 것이 이번 전시회다. 전시장에는 고사리, 비비추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생화부터 백산차, 버들참빗, 석위 등 평소 접하기 힘든 희귀한 야생화까지 수백 점의 야생화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전시회는 오는 15일까지 이어지며 대구수목원은 전시회 이후에는 이를 상시 개방할 예정이다.

박 시인은 "야생화는 키우기가 까다롭지만 화려한 서양 꽃과는 달리 은은한 아름다움을 준다. 마치 산에 핀 꽃, 나무를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며 "다양한 식물들을 바라보고 교감하면서 코로나19로 지친 심신을 치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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