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이냐, 침체냐…기로에 선 구미경제

  • 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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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12 15:44  |  수정 2022-04-12 15:58  |  발행일 2022-04-13 제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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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하이테크밸리 국가산업단지(5단지) 내 LG BCM 양극재 공장 신축공사 현장.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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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국가1산업단지 내에 위치한 삼성전자 구미1사업장 전경. 원래 이곳엔 네트워크사업부 직원 400여명이 근무하고 있었지만, 2018년 말 인력 대다수가 수원으로 이전하면서 지금은 50여명만 남아 있다.

경북 구미는 내륙 최대 산업단지(38만㎡·1천150만평)를 보유한 도시다. 한 때 수출액 367억달러(2013년)를 기록하며 대한민국 수출의 11%를 차지하는 등 국가 경제에 크게 이바지했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구미'하면 '대기업 이탈' '침체' '불황' 등 부정적 이미지가 따라 붙고 있다. 일부 언론에선 "대기업이 줄줄이 철수한다"며 구미를 마치 죽은 도시처럼 표현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영남일보가 구미산단의 기업 이탈 사례와 투자유치 실적을 비교해봤다. 또 가동률·고용률·실업률 등의 자료를 분석해 구미시의 현재 상황을 짚어봤다.


◆구미를 떠난 기업은
구미지역 주요 기업이 타 지역 또는 해외로 이전하는 사례는 매년 이어지고 있다.


민선 7기가 시작된 2018년을 기준으로 보면, 가장 먼저 그 해 말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 생산 라인과 제조인력 상당수가 수원사업장으로 이전했다. 삼성이 구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하기 때문에 지역사회의 반발이 거셌다. 네트워크사업부 인력은 당초 400여명에서 현재 50여명으로 줄었다.


2020년에는 LG전자가 구미사업장 TV생산라인 6개 가운데 2개를 인도네시아로 옮겼다. LCD패널의 경쟁력 확보가 저하됐기 때문이다. TV생산라인 제조인력 50여명과 희망퇴직자 등 100여명이 구미를 떠났다.


작년에는 방산기업 한화가 구미사업장 생산시설과 인력을 보은사업장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국방부 훈련 축소에 따라 화학류 등의 소비가 급감하면서 사업장을 통폐합 하기로 한 것이다. 한화 구미사업장 직원 400여명은 올해 하반기 보은사업장으로 이동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서도 대기업의 탈(脫)구미 현상은 계속됐다. 지난달 LG전자가 태양광 모듈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하면서 구미사업장 에너지사업부 인력 400여명이 재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관계자는 "오는 5월까지 생산할 예정"이라며 "구미 인력은 구미공장 내 다른 사업본부로 옮기거나 계열사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삼성물산 구미사업장이 직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직물 사업을 접기로 했다. 구미사업장은 삼성물산 패션 부문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원단을 직접 생산하는 곳이다. 현재 직원 90여명이 근무하고, 협력업체(20곳) 직원도 400여명에 달한다. 하지만 수입 원단과 비교해 높은 인건비 등 경쟁력이 저하되면서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구미사업장은 오는 11월 폐쇄될 예정이다. 구미사업장 인력은 재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구미시 관계자는 "대기업이 구미를 이탈한 사례가 반복돼 안타까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로 구미에 투자하는 기업도 많다"고 설명했다.


◆구미시 투자유치 실적은
그렇다면 구미시의 투자 유치 실적은 어떻게 될까. 시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구미에 투자한 기업은 총 1천52개사이며, 투자액은 6조9천487억원, 고용인원은 8천270명이다. 연도별로는 2018년 214개사(1조6천949억원·2천90명), 2019년 219개사(8천375억원·1천581명), 2020년 295개사(2조2천854억원·2천25명), 2021년 324개사(2조1천309억원·2천574명)이다.


올해의 경우 SK실트론이 1조495억원을 구미에 투자해 반도체 웨이퍼 공장을 증설하기로 했다. LG이노텍도 카메라 모듈 및 반도체 기판 생산라인 신·증설을 위한 1조5천억원대 투자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를 위해 장세용 구미시장은 최근 LG이노텍 본사를 찾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구미시 관계자는 "기업들의 투자·고용 이행률은 98%에 이르고, 대다수 기업이 당초 계획보다 더 많은 인원을 채용해 고용률이 105%를 웃돈다"고 말했다.


공장설비를 얼마나 돌리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인 가동률도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산업단지 경북지역본부에 따르면 구미산단 1년 평균 가동률은 2018년 68%, 2019년 67.7%, 2020년 68.7% 수준에 머물다가 지난해 76.9%로 크게 뛰었다. 수출액도 지난해 296억 달러를 기록하며 2013년 이후 최고 성과를 달성했다.


최근 들어 고용률은 높아지고 실업률은 떨어지는 긍정적인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 시에 따르면 2020년 60.1%였던 고용률은 지난해 60.5%로 반등했다. 또 2020년 5.6%에 달했던 실업률은 지난해 3.4%로 2.2% 하락했다. 구미시 기업지원과 관계자는 "2020년 대비 고용률이 소폭 뛰었으며, 청년·여성 고용률 뿐 아니라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 등 관련 지표도 동반 상승했다. 실업률도 3.4%로 떨어지는 등 전반적인 반등의 신호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구미 경제계 관계자는 "구미경제는 현재 발전과 침체의 기로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요한 시기에 놓여 있다"라며 "다행히 작년부터 수출이 증가하고 5산단 분양률도 상승하고 있는 만큼 정치권·경제계·공공기관·민간단체 등이 똘똘 뭉쳐 경제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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