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 상공업의 어제와 오늘. 9] 공업화 과정…'전국 처음' 기업들로부터 분양용지 계약금 명목의 선수금 받아 첫 산업단지 조성

  • 박현주
  • |
  • 입력 2022-06-20   |  발행일 2022-06-21 제8면   |  수정 2022-06-2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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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1일반산업단지 전경. 김천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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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산업단지의 변전소 전경. 김천시 제공

국가가 산업화되면서 김천은 되레 쇠락의 길을 걸었다.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산업환경은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지 못한 김천을 '시장경제가 특화된 도시'에서 옛 모습을 간직한 '전통의 도시'로 물러앉게 했다. 길었던 침체기는 김천 스스로의 자구(自求) 노력에 의해 극복됐다. 자력으로 산업단지를 마련해 용지를 저렴하게 분양함으로써 우량 기업을 유치하는 등 지역의 산업생태계를 재편한 것이다. 현재 김천의 산업용지는 636만㎡이며, 곧 754만2천㎡로 확장된다. 입지적인 조건과 기업의 선호도 등을 고려하면 산업용지는 앞으로도 계속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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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1일반산업단지의 KCC 김천공장 전경. 김천시 제공

◆시민 열망과 기업 지원으로 조성된 산업단지
"김천은 1949년 포항·수원·순천과 함께 시로 승격됐지만, 여타 지역에 비해 뒤떨어져 있다. 인근만 하더라도 구미가 1978년에 시로 승격돼 굴지의 공업 도시로 성장했다. 김천은 교통의 요충지이자 교육·문화의 중심도시로 널리 알려졌으나 인구 증가는 답보 상태였고, 시세(市勢)는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해 뜻있는 사람들과 역대 시장이 고심해 왔다". 김천시사(金泉市史)에 기록된, 국가 산업화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소외된 김천 풍경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의 산업화에 필수적인 산업용지를 확보하기 위한 김천시의 자구 노력은 1987년에 본격화 됐다. 앞서 1979년 11월, 건설부는 시내 신음동 일부와 금릉군 개령면(대광동)· 어모면(응명동) 일부를 '지방 공업개발 장려지구'로 지정한 데 이어 '기준지가'를 고시(제502호)하는 등으로 산업단지 조성의 꿈을 부풀리게 했다. 하지만 건설부는 1981년 8월, △분양 전망 불투명 △기존 기업의 자금 조달 능력 불분명 △국고 지원(46억원)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예견되는 분양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김천시가 신청한 '산업개발계획'을 반려함으로써 지역민의 여망을 무산시켰다.


건설부가 지방산업개발법에 의한 '지방산업장려지구' 개발의 전권을 가진 데다, 빈약한 재정(예산) 형편으로 자력으로 산업단지를 조성할 수도 없었던 시는 "지방자치단체의 능동적인 (산업단지) 개발은 거의 불가능 하다"는 판단에 따라 비상한 수단을 강구하기에 이른다. 당시 전국 어느 지역에서도 시도한 적이 없었던 방법으로, 조성될 산업단지에 입주할 기업들로부터 분양 용지에 대한 계약금 명목의 선수금을 받아 추진하는 방안이었다.


이에 따라 시는 1987년 6월, 지역 각계의 대표적 인사 58명을 중심으로 '김천시 개발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후 이들은 시와 함께 시민의 뜻을 모으는 한편 관계 기관 및 기업을 찾아가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하는 등 산업단지 개발에 대한 지역민의 열망을 대변했다. 아울러 산업단지에 편입되는 토지 소유자들에 대한 설득도 병행하며 마음을 모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1990년 1월 완공된 제1차 산업단지는 56만7천600㎡이며, 이때 선수금(계약금)을 납부하며 제1차 산업단지 조성을 지원한 기업은 유한킴벌리<주>, 코오롱인더스트리<주> 등 코오롱 계열사, 태평양화학(현 아모레퍼시픽) 등이다. 이로써 김천은 앞서(1988년 12월) 조성된 대광농공단지(52만8천㎡)와 함께 산업용지 120만4천500㎡를 보유하게 됐다.


김천시청 공무원으로 1차 산업단지 조성 실무를 담당했던 한 인사는 "당시 각각의 기업으로부터 받은 선수금은 55억원으로, 이를 산업단지 편입부지 매입비, 산업단지 접근로인 상주통로(국도 3호선) 확장, 산단 내의 소방서· 은행· 복지회관 등 공공시설 건립에 투입하는 등 종잣돈으로 활용했다"며 "기업들의 협조로 시청 예산이 전혀 투입되지 않은 가운데 산업단지를 조성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일은 전국 최초이며, '모범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다만, 전문인력 확보 차원에서 추진한 공업고 설립이 무산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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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1일반산업단지 및 김천1·2차 산업단지 위치도. 김천시 제공

 ◆김천시의 본격적인 산업용지 확보 전략

이후 김천은 지례농공단지(1991)·감문농공단지(1992)·제2차 산업단지(1993)· 구성지방산업단지(1996)·아포농공단지(1998)를 잇따라 조성하는 한편 농기계 산업단지까지 확보했다. 그러나 모두가 소규모인 데다, 그나마 규모가 큰 구성지방산업단지(79만2천㎡)는 접근성 등의 문제로 단 한 필지도 분양하지 못한 상태(현재 골프장으로 활용)에서 표류했다. 규모가 큰 산업용지 확보가 주요 현안으로 대두됐으나 국가산업단지를 유치하기에는 여의치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련된 자구책이 '직접 개발' 방식의 산업용지 확보 방안이었다. 시가 산업용지를 직접 개발해 분양가를 최대한 낮추는 한편 적극적인 투자유치행정을 통해 기업을 유치함으로써 분양까지 마무리하는 등 상대적으로 한발 앞선 경쟁력을 구축하자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다른 도시와는 확연히 차별화된 교통인프라 등 기업 운영에 이상적인 김천의 입지적인 조건도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다.


합리적인 계산을 바탕에 둔 직접 개발 방식의 산업용지 확보 노력은 2008년 본격화 된다. 기존의 김천산업단지와 맞붙은 김천시 어모면 남산리 일대에 추진된 김천1일반산업단지 1단계(80만3천897㎡, 964억원 투입) 사업을 2011년 11월에 마무리 했다. 이어 2017년 8월에는 김천1일반산업단지 2단계(142만3천837㎡, 1천770억원 투입) 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산업용지 공급 기반을 마련했다. 시는 이 과정에서 한국전력을 설득해 15만4천kW 규모의 변전소가 단시일(통상 3년 정도의 기간을 1년으로 단축)에 건립되게 함으로써 <주>KCC와 같은 대기업 유치에 가장 큰 난제였던 전력수급 문제를 완벽히 해결했다. 특히 1단계 용지에 KCC를 유치하고 변전소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당시 김천을 지역구로 한 국회의원이었던 이철우 경북도지사와의 공조가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천시의 산업용지 확보 노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시는 1·2단계 산업용지를 성공적으로 분양한 데 이어 김천1일반산업단지 3단계(115만7천㎡, 1천841억원 투입) 사업을 완료했고, 현재는 2017년 완공을 목표로 한 4단계(118만2천㎡) 사업이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를 거쳐 설계용역에 착수한 상태다. 여기에는 1~3단계 산업용지가 완전분양된 전례에다, 특히 3단계 사업에서 공사가 마무리도 되기 전에 산업용지 100%를 입도선매(立稻先賣)할 정도로 절찬리에 분양된 데 따른 자신감이 배어 있다. 김천시 관계자는 "우리 시는 1~3단계의 산업용지를 통해 총 108개의 기업을 유치했다. 지금의 추세라면 5단계 사업까지 추진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3단계 산업용지 분양가는 3.3㎡당 44만원이었다.


김천시는 김천1일반산업단지 1~3단계를 분양하는 과정에서 △최적화된 물류 기반 △산업단지 전용 변전소 △열병합발전소를 통한 증기공급 △도시가스 및 하수종말처리시설 완비 △풍부한 공업용수 △맞춤형 인적 자원 양성 기반 등의 최적화된 산업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것이 산업단지에 기업들이 찾아 오도록 만들었다. 김충섭 김천시장은 "생산성 확대를 통한 도시의 규모화에 방점을 둔 산업기반 확충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현주기자 hjpark@yeongnam.com
▨ 참고문헌=김천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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