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어도 나올 게 없다" 사라지는 소매치기...생활범죄는 사이버공간으로...

  • 이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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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30 07:04  |  수정 2022-12-30 08:50  |  발행일 2022-12-30 제6면
소매치기 범죄 발생 건수 2011년 2천378건에서 2019년 535건으로 급감

과거 주변에서 흔히 보이던 소매치기 범죄가 CC(폐쇄회로)TV 확대 등으로 크게 줄어들며, 일상 속의 '생활범죄'가 사이버공간으로 옮겨지고 있다.

29일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소매치기 범죄 발생 건수는 2011년 2천378건에서 2019년 535건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하루에 많게는 6.5건 발생했던 소매치기가 10여 년 만에 하루 1.5건 정도로 줄어든 셈이다.

대구 경찰관 A씨는 "1980년에 소매치기전담반으로 들어갔을 당시 하루 5~7명이 상시적으로 움직이면서 순찰을 돌았다. 그땐 CCTV도 없고 신용카드도 거의 쓰지 않다 보니 소매치기를 기소하기조차 어려웠다"고 했다.

이처럼 소매치기의 감소는 CCTV 설치가 확대되고 현금보단 거래내역이 손쉽게 추적되는 신용카드 사용이 상용화되며 소매치기범의 운신의 폭이 좁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갑 안엔 현금 대신 신용카드
CCTV 늘며 도피도 어려워져
소매치기 하루 1.5건 꼴로 급감

사이버 절도범죄는 진화 가속
대구 '스미싱' 피해 발생 건수
매년 2배 안팎으로 급증 추세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대구 시내엔 총 3만7천348개의 CCTV가 설치돼 있다. 방범용, 어린이보호구역, 교통관리, 재난재해, 쓰레기투기감시 등 CCTV의 설치 장소가 다양해 골목 구석구석까지 CCTV가 설치돼 있어 소매치기범의 도주로를 파악하기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현금의 경우도, '현금 없는 매장'이 늘고, 대구시가 시내버스 현금통을 없애는 사업 추진에 나서는 등 이용도가 크게 줄어들었다. 심지어 실물 신용카드가 아닌 스마트폰을 이용한 비대면 결제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과거 '소매치기범'의 온상이었던 일상 속의 경제범죄가 사이버로 넘어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가장 흔한 형태는 '보이스피싱'이지만 최근엔 스마트폰을 활용한 '스미싱' 피해 건수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스미싱은 문자메시지(SMS)와 피싱(Phishing)의 합성어로, 해커가 보낸 메시지에 포함된 웹사이트를 클릭하거나 악성 앱을 설치하면 악성코드가 깔려 개인·금융정보가 탈취되는 범죄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역 내 스미싱 발생 건수는 2019년 7건에서 2020년 19건, 지난해 34건으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대구 경찰관 B씨는 "범죄 시스템이 바뀌면서 시대 흐름에 따라 예전 소매치기를 수사하던 경찰들의 경력이 사이버수사대로 함께 움직였다"며 "스미싱이 전체 범죄에선 비율이 높진 않지만 스마트폰 이용이 늘고 링크를 무심코 클릭하면서 소액결제 등 피해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엔 '몸캠피싱'이 가장 심각한 문제인 것으로 나타난다. 대구의 한 경찰서 소속 C경찰관은 "최근엔 '몸캠피싱'처럼 온라인 관계를 형성한 다음에 얼굴과 몸이 나온 영상을 받아서 확보한 다음, 이를 빌미로 금전을 요구하는 방식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며 "자신이 영상을 찍었기 때문에 수치심을 느끼고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내가 돈을 찾을 수 있는 타깃결정과 타깃이 신고를 할 수 없는 경우가 완전범죄의 골격"이라며 "범죄는 완전범죄의 요건에 맞춰 매번 진화해 사이버범죄까지 왔다. 사이버범죄 방지는 최대한 수법을 인지하고 경각심을 가지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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