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우의 웹3.0과 밈코인] <5> 빅크립토 시대, 밈코인에 대한 무례한 꼰대의 태도

  • 박종문
  • |
  • 입력 2022-10-30 10:17  |  수정 2022-10-31 08:31  |  발행일 2022-12-02 제21면
2021년, 밈코인 전성시대 시작돼 앞으로도 지속 유지 전망
"밈코인 투자 대상 넘어 사회적, 정치적 함축성까지 포함"
혁신으로 자리매김하는 밈코인 이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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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새로운 크립토(crypto) 코인과 디지털 토큰은 계속 생산되고 유통 중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크립토의 종류와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앞으로의 영향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코인 투자로 조기 은퇴하는 행운을 지닌 사람들의 뉴스를 보고 놀라고 있을 뿐이다. 전기자동차로 유명한 미국의 테슬라에서 도지코인 결재가 가능하다는 뉴스를 읽으면서도, 자주 등장하는 밈(meme)코인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 충분히 해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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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코인부터 시작해서 밈코인의 개념 등 크립토의 종류와 특성을 검토해 보자. 도지코인(Dogecoin)의 도지(doge)는 귀여운 강아지 이미지이다. 2010년에 일본 고유의 강아지 품종인 시바견(일본어: 柴犬, しばいぬ) 모습이 개인 블로그에 올라왔다.

이 사진이 사람들의 화젯거리가 되었고, 온라인 공간에서 '도지'라고 부르면서 밈으로 발전하였다. 밈이란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변형하고, 복제하고, 퍼트릴 수 있는 문화적 요소다 .(Xu, W.W., Park, J.Y., Kim, J.Y., & Park, H.W. (2016). Networked cultural diffusion and creation on YouTube: An analysis of YouTube memes. Journal of Broadcasting & Electronic Media. 60(1), 104-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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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강남 스타일'의 성공도 유튜브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가수 싸이가 보여준 흥겨운 댄스에) 참여할 수 있는 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밈은 우리나라 인터넷에서는 '짤' 이미지로 많이 알려져 있다.

도지코인이 처음 나온 2013년에는 다른 이름을 지니고 태어났다. 그렇지만 당시 '도지'의 열풍을 보고서, 코인 이름을 신속히 변경했다. 이처럼 밈이란 문화적 원형을 유지하면서 상황별로 수정되고 복제되지만, 사람들의 집중도가 떨어지지 않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도지코인은 2020년에 시바이누(Shiba Inu), 2021년에 유로시바이누(Euro Shiba Inu, ESHIB)와 좀비이누(Zombie Inu, ZINU) 등으로 이어졌다. 도지코인은 시바견의 밈이다. 시바견을 영어로 번역하면 'Shiba Inu'이다. 가상자산과 암호화폐 분야의 유명한 포털인 코인마켓캡(coinmarketcap.com)에 가면, 300여 개가 밈코인으로 등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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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2021년은 밈코인의 전성시대가 시작되었다. 2022년에는 금리인상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 축소로 디지털 자산 시장이 전체적으로 혹한기를 맞이했지만, 밈코인 트렌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이다. 그럼 밈코인의 특징을 분석해보자.

첫째, 코인이 처음 발행될 때 주식과 유사하게 총 공급 한도가 일반적으로 정해져 있다. 예컨대 비트코인은 2천100만 개다. 그런데 밈코인은 도지코인처럼 생산 총량이 정해져 있지 않거나 거의 무제한에 가까울 정도의 분량이 유통된다.

희소성이 없다 보니 애초 가격이 제로에 가깝거나 무료로 나누어주는 에어드롭 행사용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에어드롭이란 하늘(air)에서 뿌린다(drop)는 뜻이다. 특정한 코인 소유자들에게 밈코인을 선물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바이누에 400만원 투자해 1조원을 벌어들이는 믿기 어려운 일이 현실이 되곤 한다.

둘째, 밈코인이 인기 많은 노래, 이미지, 텍스트 등에 담겨진 귀여움과 즐거움 때로는, 풍자와 해학을 크립토로 구현하지 않는다면 시장의 주변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밈코인은 대중적 소재와 유명인과 연관한 마케팅 능력이 관건이다.

밈코인은 주목을 끌기 위해서 트위터와 소셜 미디어 채널을 자주 활용한다. 밈코인 팬덤층이 SNS 환경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실시간으로 소식을 유통하기 때문이다. 도지코인의 폭발적 급등도 일론 머스크의 트윗 메시지와 트위터 인수에 따른 결제 통화 가능성이 도화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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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밈코인의 기술력과 신뢰도는 천양지차다. 도지코인은 세계적 컴퓨터 회사인 아이비엠(IBM)과 어도비(Adobe)의 개발자 2명이 의기투합해서 만들었다. 주요한 크립토인 라이트코인을 기반으로 만들었으며, 비트코인과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지만 다소 비슷한 채굴의 방식으로 발행된다.

그렇지만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을 모방하여 만든 밈코인은 최고가인 340만원을 기록한 지 불과 5분 만에 3원이 되었으며, 투자 사기로 드러났다. 문화적 유행이나 열풍만을 맹신하여 큰 변동성을 모른 채 밈코인에 투자하면 안 된다. 하루아침에 휴지 조각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넷째 그렇다고 해서 밈코인에 대해 '대박 아니면 쪽박'의 양극단 논리로 접근하면 해석의 편리성만큼이나 위험하다. 도지코인은 10여 년이 지나서야 빛을 보는데 성공했다. 해외에서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기념일에 어린 자녀가 재미있고 유쾌할 만한 밈코인을 선물하면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아이들이 밈코인을 당장에 어디에 사용할 수 있는 유용성은 없다. 그렇지만 이렇게 밈코인을 가진 아이들은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새로운 양식의 문화에 반응하고 참여한다. 밈코인의 미래 역할과 시장 가치는 현재의 시각에서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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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상에서 태어난 최초의 밈 중 하나는 1996년의 '베이비 차-차'(Baby Cha-Cha)이다. 춤추는 아기의 3차원 이미지가 인터넷 메일을 통해 퍼지면서 입소문이 났다. 지난 반세기 동안 밈은 대중의 관심을 모으는 도구이자, 소외된 집단의 목소리까지 전달하면서 담론을 새로 만들어내는 중추적인 역할까지 하였다.

이탈리어로 발행된 '밈학'<(Memestetica) Tanni, V. (2020). Memestetica. Roma: NERO.>에서 저자 타니(Valentina Tanni)는 밈을 '마음의 바이러스'라고 묘사한다. 밈이 작동하는 문법에서 이미지가 어디에서 오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미지의 출처가 무엇이든지 간에, 밈은 어떠한 거리낌이나 내용에 대한 존중 없이 어떤 방식으로든 변형되며 수시로 바뀌는 템플릿일 수 있다.

밈코인과 함께 크립토 시장을 성공적으로 탈출한 열광자가 꽤 있다. 반면에 크립토 공간의 새로운 현상이나 문화적 세계관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농담과 장난으로 치부했던 밈코인이 투자 대상을 넘어 사회적, 정치적 함축성까지 포함하기도 한다. 지금껏 자기 분야에서 꽤 잘 해왔고 많은 돈을 벌었다 하더라도, 혁신으로 자리매김하는 밈코인을 이해하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빅크립토 시대에 대한 어쩌면 무례하고 완전히 '꼰대'의 태도일 수 있다. <영남대 교수, nft-korea.e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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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우 영남대 교수
박한우 교수는?

박한우 영남대 교수는 대구에서 초중고를 보내고 한국외국어대(학사), 서울대(석사), 미국뉴욕주립대(SUNY-Buffalo)(박사)를 졸업했다. 네덜란드 왕립아카데미(NIWI-KNAW)와 옥스퍼드인터넷연구원(OII) 등 글로벌 연구기관에서 근무했다. 영남대 부임 이후에 WCU웹보메트릭스사업단, 세계트리플헬릭스미래전략학회, 사이버감성연구소 등을 주도했다.

물리적 경계 속에 한정되어 있던 인간관계와 시대이슈가 온라인을 통해서 그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기존 법칙에 도전하는 과정을 탐구하는 빅데이터 네트워크 방법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SCImago-EPI Award, ASIST Social Media Award 등 국제 저명 학술상을 수상했다. 과학정보 노벨상 '데릭 솔라 프라이스상'에 후보로 여러 번 올랐다. 퍼블론스(Publons) 최우수심사자(세계 1%) 명단에도 포함되었다. 국제저널인 Quality & Quantity, Journal of Contemporary Eastern Asia 편집위원장(EIC)을 현재 맡고 있다.

리서치닷컴(Research.com)에서 2022년에 발표한 사회과학 및 인문학 최고 과학자(Top Social Sciences and Humanities Scientists) 순위에서 국내 1위에 올랐다. 연구자의 연구 생산성과 영향력을 알아보기 위한 지표인 h 지수(h-index)가 48, 논문 피인용 6천322회, 논문발표 168편으로, 세계순위는 1천418위였다.

글로벌 연구성과에 못지않게, 이미 오래 전부터 수도권과 지방간 격차가 심해지면 우리나라가 지속가능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는 등 국내외 이슈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창의적 지식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 활용에 관한 중앙정부 및 지자체 자문위원으로서 이 분야에서 소외계층의 삶의 개선과 지역발전에 노력하고 있다. 특히 빅데이터로 보는 우리 지역 세상을 탐구하자는 방향에서 '빅로컬 빅펄스(Big Local Big Pulse)' 랩을 운영하면서, 데이터 기반한 이슈탐지와 융합학문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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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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