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댔다 하면 말 나오는 '아양교 수난사'…"다양한 요소 섬세하게 고려해야"

  • 이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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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18 17:45  |  수정 2022-12-18 20:12  |  발행일 2022-12-19 제1면
교량의 건축적 기능 무시
즉흥적 발상이 낳은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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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대구 동구 아양교에 설치됐다가 4년만에 철거된 아치형 보도교(스카이브릿지). 영남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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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대구 동구 아양교 안전펜스에 그려진 그래픽 디자인. <대구 동구청 제공>

구청장이 바뀔 때마다 대구 금호강 '아양교'가 수난을 겪고 있다. 동구의 랜드마크격인 아양교 시설물 설치를 두고 논란이 반복되면서, 디자인과 건축물의 기능 측면을 고려한 보다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 동구청은 지난 12일 금호강 아양교 안전펜스에 그래픽 디자인을 부착하는 사업을 완료했다. 총사업비 1천700만원을 들여 아양교 위 안전펜스 일부 구간에 컬러시트를 부착해 비행기와 붉은 하트 디자인 형상을 만들었다.

동구청이 이번 디자인 사업을 실시하게 된 것은 배기철 전 구청장 재임 당시 추진된 '안전펜스'에 대한 민원을 해소하기 위함이었다. 지난해 5월 동구는 아양교에서 잇따르는 투신 사고를 막기 위해 7억원을 들여 안전펜스 설치 사업에 착수했고, 안전예방 효과를 높이기 위해 높이 1.7~5.8m의 흰색 직사각형 기둥을 17㎝ 간격으로 촘촘히 설치했다.

하지만 이게 화근이었다. 올들어 지난 5월 펜스가 완공된 이후, 높고 빽빽한 펜스 탓에 금호강 경관이 가려지고 삭막해졌다는 주민 민원이 쏟아졌다. 이에 신임 윤석준 구청장은 취임한 후 교량의 삭막함을 줄이고자 지난달부터 디자인 사업을 추진했다.

문제는 주민들 사이에서 여전히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경관 저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동구 주민 김모(여·66)씨는 "예전엔 훤히 보였던 금호강 전경을 볼 수 없어 답답하다. 걸어갈 때나 차를 타고 갈 때나 모두 답답하다. 투신 방지가 목적이면 굳이 이렇게 했어야 했나"라며 "디자인을 덧대도 답답함은 사라지진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아양교 시설물 설치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동구청장들이 재임 시절 많은 예산을 들여 설치한 교량 시설물이 얼마 가지 않아 철거되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2003년 임대윤 전 구청장 재임 당시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를 앞두고 도시미관을 위해 아양교 위 인도에 14억여원을 들여 아치형 보도교(스카이브릿지)를 설치했다. 이후 높은 보도교가 장애인 등 교통약자 이동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왔고,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시설개선권고까지 내렸다.

동구청은 임 전 구청장 임기 내 시설을 철거하지 않다가, 시민단체가 철거 운동을 수십 차례 진행하는 등 반대가 지속되자, 결국 이재만 전 구청장이 새로 취임한 뒤인 2007년 여론조사 등을 통해 다시 수 천만원을 들여 이를 철거했다.

반복되는 문제에 대해 동구 주민들은 고개를 흔들고 있다. 주민 김모(41)씨는 "아양교는 동구 주민들의 관심이 높은 곳이다. 그렇기에 시설물을 설치할 때 보다 섬세한 고민이 필요한데 일단은 정책을 추진하고 사후 처리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 같다"며 "막대한 예산은 주민 혈세라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도 시설물 설치에 앞서 보다 차원 높은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진기 계명대 교수(교통공학과)는 "아양교는 동구의 랜드마크는 물론, 우리 삶 속에 깊이 파고든 장소라 볼 수 있다"며 "투신방지, 미관 등 시설물 설치 주목적이 분명한 상황일지라도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참여를 통해 여러 요소들을 꼼꼼히 심의해야 한다. 주된 목적을 넘어서지 않는 선이라면 예산을 충분히 놓고 더욱 섬세한 접근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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