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대한민국, 새마을운동을 다시 생각하다 (1)] 농촌으로 도시 자본 옮겨 균형발전 '국가재테크 정신' 계승해야

  •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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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01 06:55  |  수정 2023-02-08 07:44  |  발행일 2023-02-01 제3면

다농
프랑스 거대 식품기업 '다농(Danone)'은 요구르트로 방글라데시의 빈곤을 구제하고 있다. 한국의 새마을운동 정신과 일맥상통한다. 〈다농 홈페이지 캡처〉


대한민국 사회안전망이 흔들리면서 새마을운동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코로나19와 세계경제 침체의 장기화 등으로 국가 재정에 의존한 사회안전망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다 노령화와 인구감소로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이 한계에 부딪혔고, 가계부채는 물론 국가재정마저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국가에 의지하지 않고 자립과 자조적 복지를 강조한 새마을 운동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무엇보다 새마을운동이 함께 잘살기 위한 '국가재테크' 운동이란 점에서 오늘날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佛 식품기업 빈곤구제 성공사례
새마을 '공생정신' 여전히 유효
귀농귀촌사업 연계 복지망 구축
경제발전 희생양 악순환 끊어야


새마을운동경진대회
지속 가능한 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공영·공생·공익의 새마을운동 정신을 다시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985년 열린 경북도 공장새마을운동 전진대회. 〈경북도청 홈페이지 캡처〉

◆본질은 '국가재테크'

일각에서는 새마을운동의 본질을 '국가재테크'라고 본다. 국가재테크는 '주권에 의한 통치 조직이 돈이나 재물을 만들어 내는 기술이나 수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를 새마을운동의 성격에 비춰 설명해 본다면 '자신과 지역사회가 더불어 살 수 있는 방법론'이라 하겠다. 한국형 국가재테크의 보다 상세한 정의는 '우리 스스로가 우리 마을을 우리 손으로 가꾸어 나간다는 자조·자립 정신으로 땀 흘려 일한다면 모든 마을이 잘살고 아담한 마을로 그 모습이 바뀌리라 확신한다'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말에서 유추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란 새마을운동의 주체이며 주민이자 시민이고 국민이다. '잘사는 마을, 살기 좋은 마을'은 새마을운동의 목표다. 또 그 과정은 자조와 자립정신으로 땀 흘려 일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는다.

◆캠페인 주체는 주민

새마을운동이 자조와 자립정신에 기반했다는 것은 추진 체계를 보면 알 수 있다. 새마을운동의 추진 방향은 △주민 중심의 지역발전 △민간 주도 △능동적 주민참여다. 이를 위해 주민공동체 형성으로 주민 협동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국가발전을 위한 총체적 운동을 지향했다. 지역의 헌신적인 지도자를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해 지역발전 정책의 활성화도 꾀했다. 또 주민 합의로 사업을 선정하고 추진했다. 지역주민이 단결하고 조직화해 지역발전 정책의 중심세력이 되는 것은 물론 국가발전의 주도 세력이 돼야 한다고 명시했다. 특히 지역주민은 지자체·행정안전부와 함께 중요한 추진 주체로서의 역할을 담당했다. 새마을운동이 국가 주도의 경제발전이 아니라 지역주민이 능동적으로 참여해 지역 사회문제의 해결자로서 역량을 발휘하는 자조·자립 운동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목표는 자본주의 공동체

일반적 산업화 과정은 농촌인구를 도시로 유입해 경제개발을 꾀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는 농촌경제의 붕괴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 그에 비해 새마을운동은 오히려 농촌 소득을 도시 평균소득보다 높게 만들었다. 세계 역사에서 유례없는 산업화 방식이자 도시와 농촌을 함께 발전시키는 한국형 국가재테크의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농촌에서 시작해 도시·공장·학교 등 사회 전체로 확대된 산업화가 새마을운동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아울러 새마을운동은 마을 단위 운동이다. 지역사회와 구성원의 이해관계를 파악하고 그들이 원하는 사업을 스스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동의 이익을 위해 다양한 협력을 추구했다. 따라서 한국형 재테크의 목적은 '더불어 살아가는 자본주의 공동체 건설'이다.

◆문제는 공동체주의 실종

'자본주의의 미래' 저자 폴 콜리어 옥스퍼드대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여러 문제의 원인으로 공동체주의가 실종된 것을 꼽았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과거 한국 사회는 매우 '친사회적(Prosocial)' 성격을 띠고 있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다른 이웃 국가처럼 그저 악몽이 됐다. 이전과 달리 굉장히 개인주의적인 사회가 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폴 교수는 "사회는 마법으로 돌아가는 곳이 아니다"며 "서로를 위한 책임감을 갖춘 이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실용적으로 생각하는 이들 덕에 나아간다"고 강조했다. '잘살아 보자'는 비전으로 마을과 기업 단위의 공영·공생·공익 운동으로 진행됐던 새마을운동과 일맥상통하는 발언이다. 새마을운동의 공영·공생·공익 정신은 1955년 1인당 국민소득 65달러였던 한국을 1995년 1만1천735달러의 고소득 국가로 전환하는 원동력이 됐다. 40년 만에 소득 성장 180배라는 놀라운 역사를 새로 쓴 것이다.

◆지역과 더불어 성공한 기업

새마을운동의 정신은 외국 기업에서도 찾을 수 있다. 프랑스 거대 식품기업 '다농(Danone)'은 2006년 방글라데시 시골 마을 보그라에 저렴한 가격으로 요구르트를 공급했다. 아울러 극심한 영양결핍에 시달리고 있는 아이를 위해 요구르트에 영양성분을 강화했다. 나아가 현지 여성을 채용해 제품을 현지 주민에게 판매하는 등 새 일자리를 만들며 현지에 수백 개에 달하는 가축농장이 들어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아이티가 콜레라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소일(Soil)'이란 기업이 분변을 건식 비료로 바꾸는 화장실을 만들어 제공한 덕분이다. 이들 기업은 지역사회에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모델을 만드는 것은 물론 지역사회의 신뢰를 얻으며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저개발 지역의 향후 발전 잠재력을 감안하면 수익성 높은 시장을 선점한 셈이 된다. 따라서 새마을운동의 정신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할 것이다.

◆농촌의 미래를 바꾸는 운동

IMF 이후 모든 구성원이 경제적 위험과 불안한 미래에 노출되기 시작하면서 새마을운동의 공생 정신은 더욱 절실해졌다. 무엇보다 새마을운동을 귀농·귀촌과 결합해 자조적 복지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이를 위해선 1970년대 새마을운동의 경험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한다. 1987년 이후 축적된 거대 도시 자본을 농촌으로 이동해 과거 새마을운동처럼 도시와 농촌을 함께 발전시키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귀농·귀촌한 도시민의 기술·지식·경험 등과 마케팅·경영·회계 능력을 농업과 연계해야 한다. 1990년부터 침체기를 겪은 이후 한 번도 도시보다 잘살아 보지 못한 농촌의 미래를 바꿔야 한다.

◆통합형 부의 축적

이를 위해선 경제발전이란 미명하에 외국과의 협정에서 늘 농촌을 희생양으로 삼는 악순환을 끊고 균형발전의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촌 공동화를 막는 것은 물론 식량안보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국내 최고의 귀농·귀촌 전문가로 꼽히는 유상오 전 SH공사 미래전략실장은 "정부는 1992년부터 우루과이라운드 대책으로 10년간 농업 지원금 102조원을 투자했다. 2005년부터는 FTA에 따른 농업지원금으로 119조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하지만 실효성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유 전 실장은 "정부의 보조금 증가에 비례해 농민의 열정과 전략은 떨어졌다"며 "1970년대 새마을운동을 통한 국가재테크 정신을 계승해 '통합형 부의 축적'으로 농촌을 살리고 나아가 균형발전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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