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익숙함의 차이

  •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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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06 06:44  |  수정 2023-03-06 07:01  |  발행일 2023-03-06 제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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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기자〈사회부〉

"양쪽 모두 이해된다." 대구 북구를 출입할 당시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 갈등을 취재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제3자들은 사원을 반대하는 주민들도, 종교의 자유를 원하는 무슬림도 틀린 건 없고 다를 뿐이라는 생각이다.

건축주 측이 승소한 대법원판결 이후 대현동이 다시 유명세를 치르기 시작했다. 사원 반대 주민들은 이슬람에서 금기시하는 돼지머리를 부지 앞에 전시하고, 돼지고기 바비큐와 수육 잔치를 열었다. 이는 외신에도 보도되며 전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급기야 정부는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종무담당관을 파견했다. 소극적으로 관망하던 북구청도 부랴부랴 대책을 논의해 건축주와 반대 주민에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미 갈등의 싹은 대립과 혐오라는 양분으로 무럭무럭 자라난 상태였다.

1년여간의 영국 워킹홀리데이 생활은 대현동 이슬람사원 갈등에 관한 생각을 단번에 정리해줬다. 무슬림들은 평범한 이웃이고 나와 같은 사람이었다. 집 밖을 나서면 기도소가 흔했으며, 주말이면 그곳에 모인 무슬림들로 동네는 시끌벅적했다. 내가 해준 '약고추장비빔밥'을 정말 좋아하던 우리 집주인도 방글라데시 출신 무슬림이었다. 아직도 그는 한국 음식을 그리워하며 DM을 보내곤 한다. 좋은 이웃만 있는 건 아니었다. 동양인만 보면 눈을 찢어 보이며 시비를 거는 무슬림도 있었다. 주문한 음식을 다른 사람에게 먼저 내주며 은근한 인종차별을 하는 무슬림도 경험했다. 그들에게 나는 생소한 존재였을 것이다. 이렇듯 영국과 같은 다문화 국가에서도 생소함이 존재했다.

국가는 공식적으로 차별을 금기시하고 배척해야 할 의무가 있다. 생소함과 익숙함의 문제다. 인종·민족·문화적으로 동질적인 한국 사회는 아직 다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최근 들어 다문화가정이 늘었다곤 하지만 2021년 기준 111만9천267명으로 전체 인구의 2%밖에 되지 않는다. 대부분은 교육과정에서 제대로 된 다문화 교육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의 다문화는 시작단계다.

이미 우리나라도 다문화를 충분히 받아들이고 있다. 달서구 와룡시장에는 주말마다 이슬람 전통의상을 입은 무슬림들이 많이 모인다. 시장 상인과 주민들은 무던한 듯 익숙해져 있었다. 큰 충돌도 없다고 했다. 익숙함은 시간문제다. 하지만 먼 익숙함을 앞당길 수 있는 것이 우리 모두의 역할이다. 소극적인 행정기관의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민과 무슬림 사이의 생소함을 덜어내기 위해서는 행정기관의 교육과 적극적인 중재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동현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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