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불면증의 이해 (1)

  • 김광훈 맥수면이비인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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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11  |  수정 2023-07-11 08:13  |  발행일 2023-07-11 제13면
스트레스·카페인·운동 부족 등 원인

우울증이나 정신과 질환은 상관없어

초기대처 놓치면 수개월 지속될 수도

[건강칼럼] 불면증의 이해 (1)
김광훈 (맥수면이비인후과 원장)

잠은 노동과 스트레스에 지친 육체와 정신을 단순히 쉬게 하는 역할뿐 아니라 낮 동안 손상된 세포 단위의 재생, 대뇌에 쌓여 있는 베타글루텐과 같은 노폐물을 글림파틱 시스템을 통해 활발히 청소하기, 마구잡이 기억들을 재정열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들은 추가로 더 강화시키는 기억시스템, 더 나아가서는 기존 기억을 영양분 삼아 낮 동안 해 내지 못한 창의적인 생각까지도 가능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처럼 중요한 수면을 즐기지 못하고 괴로운 밤을 보내는 불청객 중 하나가 불면증이다. 전체 인구 절반 이상이 경험하고, 많은 환자가 수개월 이상 지속돼 만성적으로 괴로워하고 있다.

한 번이라도 이런 괴로운 밤을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불면증이 사람을 얼마나 무기력하게 만드는지 잘 알 것이다. 하지만 원인을 제대로 이해하고 대처한다면 해결은 의외로 간단할 수도 있다. 불면증의 근본을 알기 위해서는 수면 구조를 단계적으로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밤에 눈을 감은 뒤 첫 몇 분 동안은 긴장이 느슨해진, 깨어 있는 상태가 된다. 잠시 잡생각을 하며 뇌파는 활동적인 알파파로 된다. 생각이 공중에 떠다니다가 몸이 스르륵 이완되고 비로소 수면 1단계로 접어든다. 1단계는 졸음이 오고 긴장이 풀리는 시기로 각성과 수면의 중간 단계에 해당된다. 오후 회의 도중이나 TV를 시청하는 중에 꾸벅꾸벅 조는 시기다. 각성 시에 나타나는 특징적인 알파파가 느린 세타파로 바뀌게 된다. 2단계는 진정한 수면의 단계로 본격적인 잠에 빠지는 시기다. 수면방추, K 복합파와 같은 특징적인 뇌파로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얕은 잠에 해당되는 시기로 소소한 자극에도 쉽게 깰 수 있다. 3·4단계는 델타파로 대표되는 수면 단계로 느린 뇌파 패턴이 특징이다. 수면 서파로 불리기도 하며 깊은 수면을 의미한다. 이 단계에서는 호흡, 산소 소모, 심장 박동, 혈압 등 인체의 생리 활동이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인다. 이 상태에선 쉽게 깨어나기가 매우 어렵다.

만약 이 시기에 알람이나 외부 자극으로 깨어난다면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잠에 취해 있는 상태가 된다. 1시간 이상 수면 단계를 지나면 꿈 수면이라는 시각·감정적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꿈을 꾸는 동안은 안구가 빠르게 회전해 꿈 수면은 급속안구 운동, 즉 렘수면이라고도 부른다. 자는 아이 눈을 보면 감긴 눈꺼풀 아래로 눈알이 좌우로 움직이는 신기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자신은 꿈을 거의 꾸지 않는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상 꿈은 거의 모든 수면에서 생성되며 단지 꿈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꿈을 꾸는 동안은 뇌와 신체는 꽤 활발하게 활동한다. 심장, 혈압, 호흡도 증가하고 매우 불안정한 상태다. 뇌파도 실제 깨어 있을 때와 유사하게 활발한 모양을 나타낸다. 이러한 이유로 렘수면을 역설수면(의식이 없이 자고 있지만 신체 기능은 활발하다)이라고도 부른다.

남성은 음경 발기가, 여성은 음핵 충혈이 생기는데 발기 부전 진단과 치료에 유용하게 이용되기도 한다. 이상의 수면 간의 경계에서는 쉽게 각성이 생길 수 있으며 쉽게 다음 단계로 진행해 대부분 자신이 수면 중에 깼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아침에 기상한다. 이런 과정 중에 초저녁의 수면 지연이나, 수면 중 각성이 되고 쉽게 다시 잠들지 못하거나 새벽 일찍 조기 기상하는 등의 모든 현상은 다양한 불면증 유형에 속한다. 원인은 심리적 스트레스, 카페인, 알코올, 운동 부족, 약물의 부작용 등 다양하다. 하지만 우울증이나 정신과 질환과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대부분 불면증은 특정한 시기에 단기로 시작해서 나쁜 습관의 고착으로 인해 만성적인 질환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광훈 (맥수면이비인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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