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설가〉 |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는 경제와 농업이민 문제 등으로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왔다. 그러던 중 월드컵 예선을 치르면서 국민감정이 날카롭게 격화되었다. 결국 두 나라는 1969년 7월14일부터 18일까지 약 100시간에 걸쳐 '축구 전쟁'을 벌였다.
전쟁 이름만 보아도 두 나라가 세계적 조롱을 받았으리라는 사실은 쉽게 짐작이 된다. 악취가 진동하는 '아편 전쟁'이라는 이름도, 전쟁의 비인간적 속성을 감안하면 전쟁 당사국에 대한 비웃음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축구 때문에 전쟁이라니! 일반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가 없는 일이다.
중앙아메리카의 문호 에두아르도 갈레아노가 서사시 '불의 기억'을 써서 비판했다.
"중앙아메리카의 두 나라가 축구 때문에 적이 되어 싸운다/ 작은 농업 국가 온두라스는 소수의 대지주들에 의해 지배된다./ 작은 농업 국가 엘살바도르는 소수의 대지주들에 의해 지배된다. 온두라스는 쿠데타로 태어난 군사 독재 정권이 통치한다./ 엘살바도르는 쿠데타로 태어난 군사 독재 정권이 통치한다./ 파나마에 있는 미국 '아메리카 학교'에서 교육받은 장군들이 온두라스를 다스린다./ 파나마에 있는 미국 '아메리카 학교'에서 교육받은 장군들이 엘살바도르를 다스린다. 온두라스의 독재자는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공급받는다./ 엘살바도르의 독재자는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공급받는다./ 온두라스의 독재자는 엘살바도르의 독재자를 카스트로에게 고용된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한다./ 엘살바도르의 독재자는 온두라스의 독재자를 카스트로에게 고용된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한다. 전쟁을 하는 동안/ 온두라스 민중은 자신들의 적이 엘살바도르 민중이라고 생각하고/ 엘살바도르 민중은 자신들의 적이 온두라스 민중이라고 생각한다./ 1주일 동안 계속된 두 나라의 전쟁은 4천 명의 죽은 자를 남겼다."
시의 작자 에두아르도 갈레아노는 온두라스 국민도 아니고, 그렇다고 엘살바도르 국민도 아니다. 그는 우루과이 국민이다. 즉 '축구 전쟁'은 남들의 비웃음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불의 기억'은 유유상종의 두 나라가 이전투구를 하고 있다는 힐난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 속담으로 바꾸어 말하면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꾸짖음이다. 혹 누가 분단과 지역감정의 한반도를 그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지는 않으려나? 〈소설가〉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