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관찰, 觀察, observation

  • 박정현 설치미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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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18  |  수정 2023-07-18 07:47  |  발행일 2023-07-18 제17면

[문화산책] 관찰, 觀察, observation
박정현 (설치미술작가)

현대는 예술가뿐만 아니라 예술과 거리가 멀 것 같은 기업인 등 어떤 분야에서도 '창의력'이 필수적인 시대다. 우리는 천재적 과학자나 예술가들처럼 창의성을 타고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창의성'이란 누구나 가진 능력이며, 창의력을 키우는 가장 중요한 것이 '관찰'이라고 생각한다.

영국 런던에서 공간을 공부하던 시절, 수업 대부분의 중심에 '관찰'이 있었다. 한 교수님의 수업은 워털루역(Waterloo Mainline Station)에서 자유롭게 관찰하고 발표하는 것이었는데, 며칠이 지나도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다 신기하게도 어느 순간, 대기 중에 흐르는 공기의 움직임도 보이는 것만 같았고, 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사람들의 흐름, 무의식적으로 하는 그들의 행동들, 그 수많은 점이 시간대에 따라 변화하는 유동적인 곡선이 되어 내 눈앞에 펼쳐지면서 나는 뭔가 '발견'한 듯한 희열이 느껴졌다. 그 후로 나는 '관찰'에 매료되었다.

본다고 보이는 게 아니고 듣는다고 들리는 게 아니다. 관심을 가진 만큼 알게 되고, 아는 만큼 보이고, 들리게 된다는 '視而不見 聽而不聞(시이불견 청이불문)'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주변을 관찰하면서 나만의 방식으로 자연을 이해하기 시작하고,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사물도 나만의 시각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던 거 같다.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그들을 좀 더 이해하게 되고 내가 직접 경험하지 않은 부분들도 서서히 알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렇게 '관찰'이 나의 작업에 원동력이 되어 자연과 인간, 사물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한 설치 작업을 해왔다.

이러한 '관찰'에 의한 창의력은 예술가나 발명가, 과학자에게만 필요한 부분이 아니다. 나는 창의력을 가장 필요로 하는 분야가 경제를 이끄는 '기업'이라 생각한다.

기업들은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하고, 많은 자본과 인력으로 세상의 선두에 서서 나아간다는 점에서 아방가르드(전위부대)와 같다. 그 위험할 길을 이끄는 리더들은 더욱 수동적 관찰이 아닌 '적극적 관찰'을 통한 창의력과 통찰력이 필요할 것이다.

세계를 이끄는 각 분야의 기업들이 MBA(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경영학 석사) 학위보다 MFA (Master of Fine Arts·예술 석사) 학위를 가진 직원들의 비중이 높은 직책일수록 더 높아지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기업을 이끄는 데 경영을 공부한 사람보다 예술을 공부한 사람의 필요성이 커진다는 것은 창의력의 중요성이 예술가뿐만 아니라 기업인, 나아가 현대인 모두에게 필요한 부분임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 '관찰', 나는 이것이 세상을 '이해'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는 출발점이라 믿는다.

박정현<설치미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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