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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건<대구문화예술진흥원 주임> |
한 달 전 미국 뉴욕 출장을 다녀왔다. 태평양을 지나는 열네 시간의 비행이 설레었고, 단단한 편암 위에 세워진 맨해튼의 마천루가 신기했다. 타임스퀘어의 '티켓츠(tkts)',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휘트니뮤지엄과 MoMA(뉴욕현대미술관)의 작품, 큐레이팅 등 뉴욕 예술 전반을 느끼며 그 기반을 단단히 받치고 있는 미국의 '예술 펀드레이징'을 실감했다.
한국에서는 예술 후원에 있어 펀드레이징보다는 메세나 개념이 강하다. 펀드레이징과 메세나는 예술조직을 후원한다는 의미에서 유사하지만, 활동 방향에 있어 차이가 있다. '메세나(mecenat)'는 그 역사가 고대 로마 마에케나스 재상의 예술창작활동 후원에서 비롯되어 피렌체 메디치가(家)가 꽃피운 르네상스 예술과 미국의 록펠러 재단, 카네기홀로 이어지듯 후원자(기업)의 필요에 따라 후원하는 형태다. '펀드레이징(fundraising)'은 반대로 예술조직이 후원자와 동등한 입장에서 그들의 니즈(needs)를 찾아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벌이는 모든 활동을 뜻한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의 '대구 예술사랑 메세나 운동'은 메세나와 펀드레이징 두 가지 기능 모두를 가지고 있다. 지정 기부와 같이 후원자의 의사에 따라 후원 매개를 추진하는 메세나 영역이 있고, 대구오페라하우스, 대구콘서트하우스 등 예술조직을 운영하며 후원자와 예술가가 윈윈(win-win)하는 펀드레이징 영역의 후원을 계획하기도 한다. 메세나 영역에서의 진흥원은 국가가 인증한 후원매개단체로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후원자의 뜻에 맞춰 후원금을 전달한다. 또한 펀드레이징 영역에서의 진흥원은 예술 현장의 수요를 반영해 후원자에게 플랜을 제시하고 파트너십을 맺어 공동 사업을 펼친다. 이러한 활동에 힘입어 진흥원은 올해 현시점 기준 11억원의 예술 후원 약정을 받았고, 누구나 동참할 수 있는 예술사랑 후원번호도 운영하고 있다.
삼성의 기부채납으로 지어져 20주년을 맞은 대구오페라하우스는 금·토·일 서로 다른 오페라를 개최하며 무대 기술력을 입증했고, 대구미술관과 대구박물관으로 이어진 '이건희 컬렉션' 전시엔 34만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뉴욕의 휘황찬란한 예술을 받치는 힘이 예술 후원에서 비롯되듯 대구 예술사랑 후원이 모여 이미 높은 수준의 대구예술을 더 높은 반열에 올리리라 믿는다. 대구 예술사랑 후원 전화 '060-707-1212'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한 통화의 후원이 두 배로 커진 고품격 대구예술을 만들고, 명품 예술은 예술을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돌아갈 것이다.
신민건<대구문화예술진흥원 주임>

신민건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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