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두 개의 눈

  • 배은정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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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24  |  수정 2023-07-24 08:25  |  발행일 2023-07-24 제19면

[문화산책] 두 개의 눈
배은정<소설가>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위한 칭찬과 비난의 비율은 대략 5대 1로 알려진다. 글쓴이들의 합평에도 유사한 원칙이 적용된다. '한 가지를 비판하고 싶으면 다섯 가지를 칭찬하라.' 어느 소설가가 권유하는 합평의 비결이다.

합평의 시작은 화기애애한 편이다. 공들여 쓴 노고를 위로하며 인상적인 부분부터 꺼내놓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꽃구경도 한두 번이고 좋은 약은 쓰다지 않은가. 빛나는 부분은 누구나 한눈에 보지만, 흠결은 속속들이 숨어있게 마련이다. '안나 카페리나'의 첫 문장 식으로 쓰자면 '장점은 고만고만하지만, 단점의 모양은 저마다 다르다.' 주제나 구성, 문장 같은 굵직한 장점은 금방 드러나지만 고쳐야 할 세부 사항은 각양각색이어서 합평은 뒤로 갈수록 칭찬은 생략되고 지적만 난무한다.

맷집이 생겼다고 자부하지만, 숙제를 내놓을 때마다 머리가 얼얼하다. 눈 밝은 합평자들은 문장 하나하나를 발가벗기고 쪼개고 속내를 들추어 기어이 글쓴이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다. 부정적인 말은 긍정적인 말보다 힘이 세다. 미리 깔아둔 칭찬 다섯 가지는 흔적 없이 사라진다. 실제로 합평회가 끝나도 앙금이 남아있거나 탈퇴로 이어지기도 한다.

문학이 아니라도 글 작업은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박물관 큐레이터들은 전시 안내문을 돌려 읽으며 글을 다듬는다고 한다. 막내 차부터 시작해 여러 차례 윤독하고, 외부 윤독자를 두기도 한다. 박물관 종사자를 인터뷰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합평은 오류를 잡기에 유용하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흠결을 하나씩 없애면서 무난한 글을 만든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결국 무엇을 수용하고 버릴지는 글쓴이의 몫이다. 얼마 전 한 작가에게서 스스로 합평하는 법을 들었다. 작품을 펼쳐놓고 호의적인 지지자가 되어서 한 차례 읽고 다음에는 독설가로 변해 신랄하게 본다는 것이다. 나는 두 개의 안구를 갈아 끼우는 괴기스러운 장면이나 떠올렸지만 동석자들은 다들 한 번씩 해보겠다고 했다. 상반된 시각이 되어 무언가를 살필 수 있다면 작품을 넘어 세상 보는 눈도 맑아질 것 같다.배은정<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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