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신종 마약류란 무엇일까

  • 이향이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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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25  |  수정 2023-07-25 07:58  |  발행일 2023-07-25 제13면
환각·중독 더 강한 548종 전세계 유통

약물 성분·인체 부작용 짐작도 못해

호기심으로 손댔다간 '실험 동물' 전락

[건강칼럼] 신종 마약류란 무엇일까
이향이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장)

얼마 전 마약 관련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마약류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는 것이 널리 알려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대부분 일반 시민은 마약류 특성이나 종류에 대해 잘 알기 어렵다. 이로 인해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자칫 잘못하면 마약류 사건에 연루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마약류를 정의하고 그 종류를 규정하고 있다. 마약류는 마약, 대마, 향정신성의약품 등 세 가지로 분류된다. 마약에는 양귀비, 아편, 모르핀, 코카인, 펜타닐 등이 있다. 대마는 대마초 및 그 식물에서 얻는 수지나 오일 등이 모두 포함된다. 향정신성의약품에 가장 많은 종류의 약물이 있다. LSD, 필로폰 등 불법마약류와 함께 의료용으로 사용하는 약물들이 많이 포함돤다. 수면제, 신경안정제, 식욕억제제, 프로포폴, ADHD치료제 등이 대표적이다.

질병치료목적으로 사용하는 데도 불구하고 마약류로 규정해 사용에 제한을 두는 이유는 의료 목적 사용이라도 오·남용 및 중독 우려가 커 엄격한 규정하에 사용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젊은 층 마약류 사용자 급증과 함께 신종마약류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 또한 우려스러운 사실로 많이 언급되고 있다. 그렇다면 신종 마약류란 무엇일까?

단어만으로 볼 때 최근 들어 새로 개발된 물질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과는 다른 의미다. 세계는 UN 주도하에 1961년 '마약류에 관한 단일 협약'과 1971년 '향정신성 물질에 관한 협약'을 맺고 이에 따라 규제 대상 약물을 지정하고 있다. 이 두 협약에 의해 규제되진 않지만 미가공 형태나 제제 형태로 남용되면서 공중 보건을 위협할 수 있는 물질을 '신종마약류'라고 한다. 이들은 법적 규제를 피하고자 새롭게 합성된 화학물질로서 기존 물질의 유사체이거나 향정신성효과를 모방한 것이지만 쾌감, 환각 및 중독효과는 기존 물질보다 더욱 강력한 것이 많다. 또한 신종이라고 불리지만 새로 개발된 물질 외에도 이미 오랫동안 약물 시장에서 거래되었던 물질도 있다. 이 중엔 여러 가지 약물을 혼합한 새로운 조합의 약물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수의 약물이 등장했다가 시장에서 빨리 사라지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등장하는 신종 마약류의 종류는 40~50년 이상 규제된 물질들보다 3~4배 더 많은 수준이다. 2020년 세계적으로 보고된 신종마약류만 해도 548종에 이른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신종마약류가 등장하고 사라지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신종마약류가 위험한 이유는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었는지, 함유돼 있는 약물의 성분과 함량은 얼마인지조차 알 수 없다. 그 약물을 사용했을 경우 인체에 어떤 작용을 나타낼지, 부작용과 독성은 어는 정도인지 전혀 짐작할 수 없다는 점이다. 쉽게 표현하자면 사용하는 사람은 실험대상이 된 것과 같다는 말이다.

새로운 의약품 하나가 정식으로 허가받아 의료현장에서 사용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여 임상시험을 진행하는지, 또한 오랜 기간의 신중한 검토와 시험에도 사용 이후 예측하지 못한 심각한 피해로 결국 시장에서 사라지는 의약품들도 많이 있음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다. 그렇다면 신종마약류가 만들어지는 목적과 유통되는 과정을 본다면 그 약물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호기심이라는 함정에 빠져 자기 자신을 실험용 동물과 같은 처지로 내모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다.

이향이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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