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번째 '점자의 날',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은 여전히 부족해

  • 김태강
  • |
  • 입력 2023-11-05 18:59  |  수정 2023-11-05 18:59  |  발행일 2023-11-06 제5면
지자체 관리 시설 절반 이상이 미흡
남녀화장실 점자 표기 없는 경우 많아
편의시설 및 시민 인식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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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 입구의 시각장애인 안내표지판이 노후돼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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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대구의 한 문예회관 건물 내부 화장실 입구. 남녀 화장실을 표시하는 점자 안내판이 없어 시각장애인이 스스로 화장실을 찾아가기 어려운 현실이다.


97번째 '점자의 날'을 맞은 지난 4일, 대구지역 곳곳은 점자를 비롯한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이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각장애인 스스로 활동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 확대와 시민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조사한 '2021년 전국 도·시·구·군·구청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구 소재 9개 구·군의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부적정 및 미설치율이 52.0%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개의 편의시설 설치 항목 중 절반 이상인 104개가 잘못돼 있거나 설치되지 않은 것이다. 적정 설치율은 48.0%였다.

문예회관의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은 더 심각했다. 지난해 기준 대구지역 10개 문예회관의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부적정 및 미설치율은 63.5%에 달했다. 적정 설치율은 36.5%였다.

조사 항목별로는 화장실과 같은 위생시설의 상태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군과 문예회관의 위생시설 내 편의시설 적정 설치율은 각각 3.7%, 6.7%로 모두 10%를 넘지 못했다. 대표적인 위생시설 부적정 및 미설치 사례는 '남녀 구별 점자 표지판' '수도꼭지 냉온수 점자표기' '일반화장실 점자 표지판 점형 블록' 등이 있었다.

문예회관의 경우 매표시설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설치된 곳이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시각장애인이 스스로 표를 구매하기 위해 '자동 판매기 및 발매기 점자표기' '매표소 또는 자동발매기 점형 블록' 등의 설치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시각장애인들은 신축 건물은 법으로 명시돼 있어 편의시설 설치 상태가 비교적 양호하지만, 오래된 건물에는 잘못 표기돼 있거나 아예 설치돼 있지 않은 곳이 많다고 지적한다. 최근엔 점자블록 위에 주차된 전동킥보드로 부딪히는 경우가 잦다는 게 시각장애인들의 하소연이다.

김창연 대구시 시각장애인연합회 부회장은 "승강기 상·하 버튼의 점자가 반대로 표기돼 있거나, 점자 표지판의 재질이 노후화돼 손을 다치는 경우도 많다"며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을 위한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일반 시민들의 사회적 인식 개선도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점자의 날'은 시각장애인의 세종대왕이라 불리는 송암 박두성 선생이 한글 점자를 만들어 반포한 1926년 11월 4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글·사진=김태강 수습기자 tk1163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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