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색다른 영화 보고 싶다면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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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16 07:02  |  수정 2023-11-16 07:01  |  발행일 2023-11-16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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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경북부장

1987년 영화 '씨받이'로 강수연이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니스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그때의 감동을 아직 기억한다. 언론마다 대서특필됐다. 한국 배우가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건 강수연이 최초이니 그럴 만도 했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박찬욱, 봉준호 감독의 영화들이 세계 주요 영화제에서 잇따라 수상하면서 한국 영화의 국제적 위상은 급상승했다. 하이라이트는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작품상, 감독상, 국제장편영화상, 각본상을 휩쓴 사건이었다. 영어 대사가 아닌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것은 아카데미 사상 처음이라 더 가슴 벅찼다.

한국의 영화 저력을 바탕으로 경북에서 색다른 방식의 영화제가 잇따라 마련돼 눈길을 끈다. 경북도는 지난해 전국 지자체 최초로 국제메타버스영화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미국 오렌지카운티 뉴포트비치시와 세계 최초의 메타버스 연계 국제 지자체 간 협업모델인 '국제메타버스영화제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뉴포트비치시는 2000년부터 열고 있는 뉴포트비치 영화제로 유명하다.

이는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꿈꾸는 '메타버스 수도 경북'을 만드는 데 의미 있는 사업이다. 경북은 K-팝, 영화 등 전 세계에 열풍을 일으키는 한류문화의 스토리가 탄생한 지역이란 자부심이 강하다. 이에 경북도는 디지털시대를 맞아 한류문화가 한 단계 더 도약하도록 한류콘텐츠와 메타버스 기술을 접목하고 확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두 지역은 국제메타버스영화제 추진을 위한 '국제메타버스 NFT 필름&아트페스티벌 플랫폼'을 공동으로 구축해 메타버스에서 영화, 지역 문화재, 관광지 등을 홍보할 계획이다.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영화제를 경북에서 관람하는 기회가 현실화하고 있다.

예천에서는 예천 국제스마트폰 영화제가 매년 열려 단순한 영화 관람자에서 벗어나 제작하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대한민국 유일의 국제스마트폰영화제인 예천 국제스마트폰 영화제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일반인도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신선한 발상으로 시작됐다. 해를 거듭할수록 영화제의 위상이 높아지고 경북의 특색있는 영화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올해는 키르기스스탄공화국으로부터 자문 요청을 받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경북 도내에서 유일하게 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지역문화 국제교류 지원사업에 선정돼 영화제의 품격을 높였다.

이만이 아니다. 탄광이 있던 곳을 추억하고 문화와 환경을 이야기하는 영화제가 전국 제2의 탄전지대였던 문경에서 올해 처음 열려 주목받았다. 문경 가은영화제로, 영화제가 열리는 가은읍은 1938~1994년 석탄을 캐던 은성광업소가 있던 지역이다. 이곳엔 석탄박물관, 가은오픈세트장, 친환경 복합문화 테마파크인 문경에코월드가 들어서 있다. 가은읍만의 색깔이 잘 묻어난 장소를 영화제라는 옷을 입혀 전국에 이름을 알리게 했다.

전국 곳곳에서 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다양한 특성을 강조하며 차별화된 영화제를 만들어가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경북의 영화제는 경북만의 색깔과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행사라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 색다른 영화제로 경북의 문화 저력을 보여주고 나아가 브랜드 가치도 높일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지역민이 문화의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는 장도 될 것이다.김수영 경북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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