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테크·日직구·여행 급증…포스코 스테인리스 매출은 급감

  • 이지영,박용기,손선우,이남영,김기태
  • |
  • 입력 2023-11-23 07:58  |  수정 2023-11-24 15:50  |  발행일 2023-11-23 제12면
■ 대구경북 '슈퍼 엔저' 明暗
2023112201000772800031722
엔화 약세가 이어진 22일 대구 수성구 대구은행 본점 영업부에서 행원이 환전을 위해 엔화를 세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2023112301050009318.jpg
최근 3개월 엔화 대비 원화 변동 추이(100엔 당/원)
최근 일본 엔화 가치가 800원대 후반까지 떨어졌다. '기록적'인 엔저 현상에 엔화 투자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일본 여행자도 급증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일본 상품을 직접 구매하는 '직구족'도 늘었다. 일본과 비슷하거나 웃도는 수준까지 발전하면서 수출기업이 입는 피해도 크지 않지만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던 포스코의 스테인리스 매출 실적은 하락세여서 철강업계는 울상이다. 품질대비 가격 경쟁력이 좋아진 일본산으로 대체된 탓이다. 불안정한 엔화 환율도 악재가 될 수 있다.

대구銀 엔화 환전 1년 전보다 436%, 엔화예금 190% 증가

22일 오후 5시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장 대비 0.07% 하락한 873.89원에 거래됐다. 엔화 가치가 100엔당 800원대까지 주저앉으면서, 엔화를 사들이거나 엔화 관련 금융상품에 투자하려는 '엔테크족'도 늘고 있다.

이들은 금융사 환전 서비스를 이용해 원화를 엔화로 직접 바꾸거나 외화예금 상품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재테크를 한다. 엔화 가치가 하락했을 때 사뒀다가 환율이 오를 때 되팔면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환율 변동에 따라 발생한 차익에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10월 중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엔화 예금은 전월(9월) 대비 2억3천만달러 증가한 86억1천만달러로 집계됐다. 엔화 예금은 9월(1억달러)부터 2개월 연속 늘고 있다.

대구에서도 환차익을 목적으로 한 투자가 늘고 있다. DGB대구은행의 엔화 환전은 1년 전보다 436%, 엔화 예금은 190% 증가했다.

엔테크족을 잡기 위해 은행들도 외화예금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대구은행은 외화 목적 자금 마련 통장인 'IDREAM 외화자유적금'을 내놨다. 기본 환율 우대가 70%로 신규 가입자에겐 월 1천달러 한도 내에서 최대 80% 환율우대를 1년간 제공한다. 최소가입액은 10달러다. 우리은행은 50만달러까지 가입할 수 있고 최대 연 0.3%포인트까지 우대금리가 제공되는 '우리 WON 외화정기예금 특판'을 출시했다.

김은정 대구은행 DIGNITY 본점 PB센터 팀장은 "현재 추세를 볼 때 850~860원대에서 분할 투자하는 것을 권한다"면서 "엔화는 일본은행의 정책 전환이 뚜렷해지기 전까지는 약세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지영기자

결제방식 엔화가 아닌 달러로 바꿔 상품수지 영향 제한적

'역대급 엔저'에도 대구경북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한국과 일본 간 수출 구조가 달라져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든 탓이다.

과거엔 엔저 현상이 일본 수출 상품의 가격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져 일본과 경쟁하는 국내 수출기업에 악영향을 끼쳤다. 완성차와 전자부품은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엔저'가 한국 수출에 끼치는 영향은 달라졌다. 결제 방식을 엔화가 아닌 달러화로 바꿔 엔저 현상이 상품수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명진호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 팀장은 "한국과 일본 수출 경합도가 2010년대 중반 이후 줄었고 대구경북 기업 가운데 일본과 거래량이 많은 기업도 많지 않다. 엔저 현상이 꽤 오래 이어지면서 기업들도 그에 맞게 대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달라진 대구경북 수출기업의 위상은 수출액에서도 나타났다. 대구본부세관에 확인 결과, 올해 1~3분기 대구경북의 대(對)일본 수출액은 31억6천700만달러로 전년 동기(23억6천800만달러)보다 33.7%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대구경북의 대(對)일본 수입액은 15억4천900만달러로 전년 동기(19억2천500만달러)에 비해 19.5% 감소했다. 구미국가산업단지 입주 기업들은 엔화 환율 불안정에 따른 불안감이 크다.

구미세관이 매월 초 발표하는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최근 5개월(6~10월)간 일본 수입액은 6월과 8월을 제외하고는 모두 큰 폭으로 감소했다. 총수출액 역시 12개월 연속 줄었다. 구미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구미국가산단은 엔저로 인해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이 늘지도 않고, 반대로 수출 시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일본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것도 아니다"라며 "소재, 부품 중소기업이 많은 구미산단에서는 불안정한 엔화 환율에 더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박용기·손선우기자

1~3분기 전국 日특송물품 통관건수 작년보다 15.8% 늘어

엔화 약세 현상이 이어지면서 일본 직구 건수도 증가했다.

대구본부세관에 따르면 1~3분기 전국의 대(對)일본 특송물품 통관 건수는 417만3천건으로 전년 동기(360만3천건)보다 15.8% 증가했다. '강달러와 엔저' 효과 영향으로 해외직구 수요가 미국보다 일본에 쏠리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온라인쇼핑을 통한 일본 직접 구매액은 3천19억→3천449억원으로 늘었다. 반면 미국 직접 구매액은 1조3천928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조5천417억원)보다 감소했다. 국내 최대 해외직구 플랫폼 몰테일에서는 올해 1∼10월 개인 기준 일본 구매대행 건수가 미국 구매대행 건수보다 15.3% 많았다. 작년에는 미국 구매대행 건수가 일본보다 37.4% 많았다.

일본 여행 상품 판매도 급증추세다. 지마켓에서는 이달 기준(11월1~21일) 일본 여행 패키지 판매량이 전년 대비 188% 증가했다. 특히 숙박을 위한 일본 호텔 관련 상품 판매는 1천47% 급증했다. 지난 10월 일본 여행 패키지 판매량(57%)과 일본 호텔 관련 상품 판매량(967%)보다 수요가 많다.

11번가 역시 같은 기간 일본 패키지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41% 급증했다. 일본 호텔 상품 역시 173% 올랐다. 이남영기자

포스코 3분기까지 스테인리스 매출 작년보다 5조1천억 감소

일본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던 포스코의 스테인리스 매출 실적이 하락세를 보이는 등 엔저가 국내 철강업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포스코홀딩스에 따르면 포스코의 스테인리스 생산량은 올해 3분기까지 248억6천t으로 해마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실적 하락세도 완연하다.

포스코의 3분기까지 스테인리스 국내 매출은 2조3천621억원, 해외 매출은 5조9천82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조8천80억원과 3조3천197억원 줄었다.

3분기까지 스테인리스 실적은 지난해 연간 매출액 13조4천761억원의 61.3%에 그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의 스테인리스 제품은 가격에서 일본에 우위를 점했다. 현재 출하 가격은 올초보다 10% 낮췄지만, 국내 취급 업체가 엔저현상에 일본산을 더 선호하는 추세"라고 했다. 이어 "일본 철강제품은 품질이 우수하면서도 엔저로 가격까지 크게 떨어져 철강재를 많이 취급하는 업체들의 취급량이 점점 증가세를 보인다"며 "엔화가 계속 약세를 보이면 내년에 일본산 철강재 수입량이 더 늘어날 수 있어 외국산 덤핑 철강재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기태기자
기자 이미지

이지영 기자

기사 전체보기
기자 이미지

박용기 기자

기사 전체보기
기자 이미지

손선우 기자

기사 전체보기
기자 이미지

이남영 기자

기사 전체보기
기자 이미지

김기태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