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포털에 지역뉴스가 없는 이유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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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06 07:03  |  수정 2023-12-06 07:00  |  발행일 2023-12-06 제26면
소멸 가속화하는 지역 언론
지역 언론이 사라지면
그 피해는 어디로 돌아갈까
뉴스 검색·제휴 심사 등
포털 뉴스 유통 손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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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동부지역본부장

포털 사이트 '다음'이 뉴스 검색 기본 설정을 '전체 제휴 언론사'에서 '콘텐츠 제휴 언론사(Content Partner, CP)'로 변경했다. CP 기사만 노출하는 것을 검색 '기본값'으로 결정해, 전체 언론사의 뉴스를 보려면 '전체' 옵션 탭을 누르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기존엔 기사를 검색하면 전체 제휴 언론사 1천322곳의 뉴스가 떴지만, 기본 설정이 변경되면서 별도의 수정을 하지 않으면 146개 CP사의 뉴스만 노출된다.

네이버도 지난달 '모바일 메인 언론사' 'PC 메인 언론사' 기사만 따로 볼 수 있는 검색 옵션 기능을 도입했다. PC 메인 언론사는 뉴스스탠드 제휴사를 말한다. 이 역시 검색 기본값 변경의 수순으로 읽힌다.

다음의 CP사 기본 검색 방침으로 사실상 대부분의 지역 언론, 장애인·소수자 등 전문 매체의 뉴스는 유통되기도 전에 폐기되는 셈이 됐다. 다양한 뉴스 선택권을 사실상 원천 봉쇄하는 '검색 쿠데타'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적 중립을 위해 이용자의 정보 접근권을 향상하고, 이용자 주도적인 정보 소비를 돕겠다"는 '다음 뉴스 서비스 운영원칙'이 무색할 수밖에 없다.

지역 언론은 특히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CP사 대부분이 서울에 소재한 중앙 언론인 상황에서 CP사만 검색 기본값으로 노출함으로써 지역민들은 포털에서 우리 지역의 목소리를 담은 뉴스를 손쉽게 접하기 어렵게 됐고 언론 시장은 부익부 빈익빈의 기형적 구조로 내몰렸다.

실제로 2015년 뉴스콘텐츠 제휴 평가위원회 출범 이후 지역 언론사가 CP 지위를 얻은 사례는 전무하다. 그나마 지역 언론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입점 심사 기준도 비합리적이라는 지적이 높아지자 2021년 지역 매체 특별 입점 심사를 통해 8개 사를 선정한 것이 전부다. 하지만 제휴 심사를 맡았던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활동은 지난 5월 전면 중단된 이후 후속 조치에 대한 논의조차 없다. 현재로선 지역 언론의 CP 진입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다.

지역이 소멸하고 있다지만, 지역 언론은 더 빠르게 소멸하는 중이다. 미국 400만명이 넘는 주민이 지역 언론이 없는 곳에 살고 있다는 '뉴스 사막화'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지역 언론이 없으면 정치 참여가 줄어들고, 부패 규모가 커지며, 빈곤율은 높아진다는 조사도 있다. 저널리즘 책무가 있는 신문이 지역에 없으면 지역민은 풀뿌리 민주주의와 사회적 결속을 육성하는 중요한 뉴스와 정보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다.

지역 뉴스와 관련해서 한국은 이미 광활한 사막이 된 지 오래다. 공론장이 사라진 지역은 정체성을 잃은 채 소멸을 가속화한다. 중앙 언론이 지역의 일에 관심을 두고 지역의 입장에서 뉴스를 보도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태풍 힌남노가 서울로 오다 경로를 틀어 동해안으로 향하면 '다행'이라고 제목을 붙이는 것이 중앙 언론이다. 대구경북신공항을 고추 말리는 공항이라 폄하하고, 대구~광주 달빛고속철도가 총선을 노린 포퓰리즘이라며 목소리를 높인 것도 중앙 언론의 시각이다. 지역 언론이 사라지면 그 피해는 어디로 돌아갈까.

이용자의 정보 접근권을 제한하는 다음의 뉴스 검색도, 지역 언론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네이버의 제휴 심사도 이참에 근본적인 손질이 필요하다. 포털은 과연 뉴스 유통 플랫폼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 자문해 봐야 한다.이은경 동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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