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사과(謝過)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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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6 06:56  |  수정 2024-02-26 06:57  |  발행일 2024-02-26 제23면

사과(謝過)의 사전적 뜻은 '자신의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고 용서를 구함'이다. 이처럼 사과는 잘못에 대한 '온전한' 시인(是認)에서 출발한다. 군더더기가 없어야 한다. 근데 '다만' '하지만' '의도치 않게' '불쾌했다면' '상처를 줬다면' 등의 사족(蛇足)을 붙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같은 표현은 '사과할 뜻이 없지만, 상대가 하도 요구하니 사과하는 시늉이라도 내겠다'는 뜻으로 비친다. 정치인들의 사과 스타일이 주로 그렇다. 아마 그들은 '사과=정치적 데미지'라고 여기기 때문이리라. 정치인들의 사과 워딩에 '국민에게 죽을 죄를 졌다'는 말을 기대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죄송하다' '책임을 지겠다'는 말도 드물다. 사과인 듯 사과 아닌 사과 같은 '유체이탈식' 사과다. 그래서 국민들은 더 짜증이 난다. "이유불문(理由不問), 내 잘못이오" 사과는 이 한마디면 족하다. 깔끔하지 않은가.

온 나라를 달군 '탁구 게이트' 논란의 중심에 섰던 축구 국가대표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최근 영국 런던을 찾아 선배인 손흥민(토트넘)에게 직접 사과했다. 자신의 SNS에 사과문도 올렸다. "그날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 깊이 뉘우치고 있다."(잘못에 대한 뼈저린 반성) "앞으로 선배·동료에게 올바른 태도와 예의를 갖추겠다."(개전의 의지) 그의 사과 워딩은 표면적으론 '사과의 정석'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제 스스로의 다짐을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이강인의 사과를 받은 주장 손흥민도 "나도 내 행동이 충분히 질타받을 수 있는 행동"이라고 사과했다. 역시 대인배(大人輩) 캡틴이다.

이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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