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누가 리스크인가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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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9 06:54  |  수정 2024-02-29 06:55  |  발행일 2024-02-29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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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한국스토리텔링 연구원장)

22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작업도 마무리에 한창이다.

'비명횡사, 친명횡재'.

민주당 공천의 후폭풍은 요란하다. 내부의 자중지란은 목불인견이다. 친명 인사 중심의 불공정 사천(私薦) 논란이 거세고 공천에서 배제된 비(非)명계 의원들은 탈당 대열에 줄을 섰다. 현역 평가 및 여론조사 기관 선정에 공정성 시비가 불거지고 비명계가 경선에서 불리한 하위 20% 안에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공천 시스템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진영은 사분오열되고 당은 쪼개질 위기까지 왔지만, 민주당은 무신경하다. 객관적이고 뚜렷한 표심 이동에도 관심이 없는 듯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만 믿고 총선에서 이길 것이라 철석같이 믿는다. 공천을 통해 보여주려는 민주당의 비전은 무엇인가. 지난달까지만 해도 이재명 대표는 '151석 다수당'이 민주당의 총선 목표라고 했다. 그 목표는 여전히 유효한가. 당의 색깔을 확실한 '이재명당(黨)'으로 바꾸는 게 우선 순위는 아닌가. 지금의 공천 파동이 불러올 나비효과를 민주당은 알지 못하는 듯하다.

'현역 불패, 친윤 불패'.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내세운 시스템 공천을 통한 잡음 없는 공천을 자랑한다. 공천은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고 부적절한 인물을 탈락시켜 당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고 유권자에게 후보를 통해 제시하는 과정이다. 시스템 공천이 필요한 이유도 유권자들이 원하는 국회의원 후보를 내세우기 위해서다.

21대 국회 4년에 대한 유권자 평가는 냉혹하다. 현역 의원에 대한 교체 요구가 유례없이 높다.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의 60%, 국민의힘 지지자의 53%가 현역 의원이 아닌 다른 사람이 당선되길 원했다. 나이, 지역, 지지 정당, 정치 성향과 상관없이 대다수 유권자가 현역 교체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여당 지역구 의원 컷오프는 한 명도 없다. 경선에서도 현역 의원은 거의 승리하고 있다. 공천룰은 현역에게 유리하고 신인이 새롭게 등장할 여지는 많지 않다. 여당 공천의 현역 교체율은 역대 최저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1대에는 현역 45%가 공천을 받지 못했다. 친윤 주류를 포함한 중진과 현역 의원 대부분이 살아남으면서, 희생도 혁신도 없는 무감동 공천이 되어버렸다. 더불어 변화와 책임도 함께 사라졌다.

'오로지 잡음 없는 조용한 공천'의 배경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대한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의 재표결이 있다. 국회는 오늘 본회의를 열고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쌍특검법 재표결에 나설 예정이었다. 본회의에서 이탈표가 발생하는 사태를 우려해 현역 의원들의 불만을 최소화하는 것을 공천 우선 목표로 삼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건희 여사 방탄용 공천'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은 아니다.

유권자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각자의 밥그릇만 챙기는데 온갖 꼼수를 동원하는 저들을 보고 있자니, 정치는 무엇이며 민주주의란 또 무엇인가라는 질문만 회의적으로 떠올리게 된다. 결국엔 유권자의 몫일 것이다. 꼼꼼하게 후보를 검증하고 정밀하게 정책을 비교하여 표로 심판하는 것. 난장판이 된 정치판을 넋 놓고 바라볼 일이 아니다.

이은경 (한국스토리텔링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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