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네이밍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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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06 07:00  |  수정 2024-03-06 07:00  |  발행일 2024-03-06 제27면

기아자동차의 영문 로고인 'KIA'. 지금은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져 오해가 많이 사라졌지만, 네이밍(naming·이름 짓기) 초창기 때 미국 시장에선 적잖은 논란을 일으켰다. 'KIA'가 미국에선 'Killed in Action'의 약자로 전쟁 중 사망한 군인, 즉 전사자를 뜻하기 때문이다. 왠지 찝찝한 마음에 한때 미국 소비자들(특히 참전 군인 가족)이 구입을 꺼렸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그럼에도 기아차는 끊임없는 기술 개발을 통해 미국에서 자동차 브랜드 신뢰도 '베스트 10'에 올랐다. 현대자동차도 비슷한 곤욕을 치렀다. 영문 이름인 'HYUNDAI'. "휸다이?" "현다이?" 과거 한때 외국인에겐 발음하기조차 어려운 이름이었다. 정작 문제는 단어 가운데 'DAI'였다. '죽다(die)'를 연상시켜 미국인들에게 거부감을 줬다. 독일 차 'BMW'는 비싼 차 값 때문에 'Broke My Wallet(지갑털이)'이라는 놀림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네이밍은 제품과 기업의 운신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정치적 결사체인 정당의 이름도 마찬가지다. 당명은 정체성·방향성을 집약한 것으로 당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조국신당' 명칭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결론 남에 따라 신당 측이 당명을 '조국혁신당'으로 결정했다. 이름 '조국(曺國)'이 아닌 일반명사 '조국(祖國)'을 넣는 것은 가능한 데 따른 것. 이렇든 저렇든 유권자 뇌리엔 조 전 장관의 당으로 각인될 게다. 당의 장기적 확장성은 둘째 문제다. 오로지 총선만을 겨냥한 당명인 셈이다. 한철 팬덤(fandom)에 기댄 사당(私黨)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이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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