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교육의 중심은 교사이다…교사에게 정치기본권을 허하라

  • 임성무 대구 화동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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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01 08:00  |  수정 2024-04-01 08:02  |  발행일 2024-04-01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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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무 (대구 화동초등 교사)

새로운 아이들과 만나 한 달을 보냈다. 깊이 있는 교육을 위한 준비를 끝냈다. 나는 정말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친다. 작년부터 아내는 이제 나이도 있고 하니 담임을 맡지 말라거나, 그렇게 욕심을 내서 무리하다가 민원이 생기면 어쩌려고 하느냐고 걱정을 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담임을 맡고 있고, 생태전환교육 지구생태시민을 기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날마다 수업일수를 계산하며 교단일기를 쓰고 공개한다. 그동안 자잘한 민원을 받고 상담을 했다. 대부분 이해가 부족해서 생겨난 민원이다. 우리 반은 아이와 부모 모두가 참여하는 학급밴드에 거의 날마다 학급의 일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문집을 만들기 위해 아이들은 글을 써서 모아둔다. 부모들은 교실에서 일어난 일을 늘 살펴볼 수 있다. 일상적인 소통은 '카카오톡방'을 만들어 소통한다. 그런데도 3월 한 달은 부모들의 염려가 크다. 아마도 교사가 달라지니 뭔가 교육이나 생활방식, 특별히 별난 나 같은 교사를 만났으니 그럴 것이다. 나는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는 만큼 교사인 나도 제자들을 그만큼 사랑하고, 부모가 가르칠 수 없는 것은 교사가 가르칠 수 있으니 믿고 협력해 달라는 대화로 마무리한다. 수요일엔 학부모들이 학교를 방문하는 날이다. 나는 집집이 뜯어 온 쑥으로 쑥떡을 준비해 둔다. 얼굴을 보고 쑥떡을 먹으며 대화하면 저절로 마음이 하나가 될 것이다.

새롭고 바쁘고 고된 3월이 지났다. 교회의 축일인 부활절로 3월을 마무리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4월이 왔다. 세상에 가장 많은 일을 기억해야 할 날들이 모여있는 4월이다. 4월을 준비하면서 놓치지 않고 기억해야 할 날을 어떻게 아이들과 짧게라도 의미 있게 보낼까 준비했다. 아픔과 슬픔, 기쁨과 생명 평화를 가르치는 일은 교사의 사명이다. 이걸 빼고 가르치는 지식은 살아있는 지식교육이 아니다. 누구라도 생명의 문제에 무슨 이념을 들이대어도 안 되지만, 교사도 졸아서 자기검열을 하며 주춤거려서는 안 된다. 그것은 교사의 태도가 아니다.

학교교육의 중심은 교실이고 교사여야 한다. 다른 모든 것은 교실을 지원하는 것이어야 한다. 교육청의 지원이 교사에게 짐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당장의 성과보다는 교육의 질을 높이는 실사구시의 지원이어야 한다. 하지만 몇 가지 안타까운 것이 있다. 교육청의 지원은 늘어났지만 그걸 지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간섭이나 일로 받아들이는 현장의 불신은 여전하다. 학교는 자꾸만 하던 대로 하려고 한다. 여전히 페이퍼워크로 적당하게 꾸미는 관행이 남아있다. 교육청은 교사들을 교육의 중심에 세우려는 민주학교를 만들도록 학교문화를 바꾸도록 지원해야 한다. 다양한 새로운 학교 사례를 만들어 보여주어야 한다. 교사들도 교육청만 탓해서는 안 된다. 교육은 교사가 하는 것이다. 그러니 교사들 스스로가 참교육을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참교육을 방해하는 온갖 해묵은 서열화 경쟁교육 시스템을 바꾸는 데 나서야 한다. 그래서 동료들과 수업을 넘어 교실을 넘어 학교를 넘어 교육의 주체가 되려고 나서야 한다. 교사 하기 너무 힘들다고 푸념하고 주저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정치기본권도 없는 교사들이 세상을, 교육시스템을 바꿔내기란 힘들다. 총선을 앞두고 답답하기만 하다. 도대체 언제까지 교사와 공무원들의 정치기본권을 빼앗고 교사들을 정치의 변방에 가두어 둘 것인가.

사람들이 나에게 왜 이렇게 열심히 하느냐고 묻는다. 나는 아이들을 가르칠 시간이 이제 겨우 두 해가 남았고, 기후위기를 막아낼 탄소시계는 겨우 5년이 남았으니 떠난 뒤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해 보려고 한다고 말한다. 나는 매일 아이들과 운동장에서 만나 학교에서 자라는 온갖 생명을 만나는 아침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이들이 우주와 하늘, 땅, 물, 바람, 별이 주는 생명의 기운을 맘껏 누리고 관찰하는 생태감수성을 온 몸으로 드러내게 돕는다. 이것보다 더 좋은 교육방법은 없었다. 나는 더 자주 아이들을 자연 속으로, 역사 속으로, 세상 속으로 데려가려고 한다. 부모들에게도 더 자주 그렇게 해 달라고 요청한다. 지식이나 시험성적은 다음의 문제이다.

자연과 생명에 경이로움을 느끼는 아이들은 저절로 더 많이 지식을 알고 싶어 한다. 세상은 온통 신기하고 배울 게 가득 차 있어서 배우는 게 얼마나 즐거운 것인지 알게 돕는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생태시민이 되면 친구가 되고 이웃과 잘 사귀는 법을 익히고,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민주시민이 되고, 지구에 닥친 기후위기와 불평등은 문제를 해결하는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드는 세계시민으로 살도록 최선을 다하게 한다. 교사들을 응원하고 지지해야 한다.

임성무 〈대구 화동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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