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게도 성군(聖君)으로 통한 세종 임금 때 형벌이 가장 많이 내려졌다. 당시의 태평성대도 크고 작은 범죄에 무관용으로 응징했기에 가능했다. 대명률(大明律)에 따라 사형(死刑)을 비롯해 유형(流刑)·도형(徒刑)·장형(杖刑)·태형(笞刑)으로 구분해 벌을 줬다. 이 가운데 가장 가벼운 태형은 작은 형장(刑杖·신문용 몽둥이)으로 볼기를 때리는 형벌이다. 죄의 경중에 따라 10~50대를 때렸다. 세종실록에 "사헌부에서 계하기를 '김포 현령의 아내가 조령을 따르지 않고 얼굴의 건(巾)을 걷고 출입하니, 형률에 의거해 태형 50대를 치고 속전(贖錢)을 징수하소서' 하니 그대로 따랐다"라는 글이 있다. 양반가 부녀자가 얼굴을 드러내 놓고 다닌 죗값도 태형이었던 것. 태형은 일제강점기 초기까지 유지되다 3·1운동 이후 유화정책에 따라 폐지됐다.
하지만 태형은 여전히 지구상에 존재한다. 대표적인 나라가 싱가포르다. 16~50세 남성에 한해 적용한다. 중범죄자의 경우 징역형과 함께 태형이 내려진다. 맞다가 살이 터지고 피가 솟구치면 병원 치료를 받는다. 상처가 나으면 남은 매질이 계속된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같은 아파트 주민에게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를 받아 온 50대 한국 남성이 8년4월 반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나이가 쉰 살을 초과해 태형은 모면했지만 결코 용서받지 못할 죄다. 어쨌든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세계 5위인 싱가포르에서 아직도 '전근대적 형벌'이 있다는 건 아이러니하다. 세계적 부국(富國)이라고 해서 반드시 '선진국'은 아니다. 싱가포르를 '존경받는 국가'로 선뜻 인정하기 어려운 것도 장기 일당독재와 권위주의적 형법제도가 아무런 저항 없이 통용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창호 논설위원
하지만 태형은 여전히 지구상에 존재한다. 대표적인 나라가 싱가포르다. 16~50세 남성에 한해 적용한다. 중범죄자의 경우 징역형과 함께 태형이 내려진다. 맞다가 살이 터지고 피가 솟구치면 병원 치료를 받는다. 상처가 나으면 남은 매질이 계속된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같은 아파트 주민에게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를 받아 온 50대 한국 남성이 8년4월 반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나이가 쉰 살을 초과해 태형은 모면했지만 결코 용서받지 못할 죄다. 어쨌든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세계 5위인 싱가포르에서 아직도 '전근대적 형벌'이 있다는 건 아이러니하다. 세계적 부국(富國)이라고 해서 반드시 '선진국'은 아니다. 싱가포르를 '존경받는 국가'로 선뜻 인정하기 어려운 것도 장기 일당독재와 권위주의적 형법제도가 아무런 저항 없이 통용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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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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