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대구 중구 반월당 네거리 인근 20층 규모의 한 병원 전용 건물에 전기 공급이 끊겨 엘리베이터 일부와 주차타워의 가동이 전면 중단되면서 방문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
대구 도심 한복판에 있는 병원 전용 건물(메디 빌딩)에 전기 공급이 끊겨 승강기 일부와 주차타워가 멈춰 섰다.
전기료가 장기 체납되자 한국전력이 단전에 나선 것인데, 향후 건물 전체로 확대될 수도 있다. 이곳엔 화상 치료 전문병원을 비롯한 병·의원이 대거 입점해 있어 애꿎은 환자들이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전력 대구본부(이하 한전)는 21일 오후 3시쯤 중구 중앙대로 반월당 네거리 인근에 위치한 20층짜리 메디 빌딩에 대한 전기 공급을 일부 끊었다. 이로 인해 건물 내 승강기 3대 중 2대, 차량 76대를 댈 수 있는 주차 타워의 가동이 전면 중단되면서 영문도 모른 채 병원을 찾은 환자와 가족들이 불편을 겪었다.
다만, 건물 내 전등과 가전제품, 의료기기 등에 대한 전기 공급은 유지되면서 입점한 병원들이 진료를 중단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단전 이유는 장기요금 체납이다. 한전에 따르면 이 빌딩은 집합 건물로, 구분 소유자가 각각 호실을 소유하고 있다. 건물 관리단은 한국전력과 단일 전기사용 계약(950㎾)을 맺은 상태다. 집합 건물 입주업체가 관리비를 납부하고, 관리사무소에서 취합해 한전에 전기요금을 납부하는 구조로, 일반 아파트와 같은 계약 형태다.
문제는 건물 관리단이 최근 8개월 동안 발생한 전기료 2억1천119만4천590원을 납부하지 않으면서 발생했다. 한전 측은 장기 요금 체납에도 수 개월 동안 전기 공급 중단을 유예했으나 납부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한전은 이날 '기본공급 약관 제15조 1항에 의거 전기요금 2개월 이상 체납 시 사용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해당 건물의 공용설비에 대한 전기 공급을 중단했다.
한전은 앞으로도 계속 전기 요금을 내지 않으면, 단전을 건물 전체로 확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만약 건물 전체에 걸쳐 전기 공급이 끊기면 입주한 화상 치료 전문병원과 병·의원 등은 큰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화상 치료 전문 병원의 경우, 입원 환자(현재 50명)와 외래환자(일 200명)의 불편은 물론, 수술까지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건물 입주사들은 억울하단 입장이다. 관리비를 놓고 건물 관리단과 소송이 진행 중인데, 전기요금 미납액 2억1천만 원을 법원에 이미 공탁했다는 것이다.
건물에 입주한 A병원 관계자는 "단전에 앞서 예고나 설명이 전혀 없었다. 단전으로 야기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한 대책도 전무한 상태다. 자칫 큰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될지 불안할 따름이다"고 토로했다.
한전 관계자는 "다른 전기 소비자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전기 공급 약관을 준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미납요금 전액 납부와 3개월분 전기요금에 대한 보증이 설정돼야 전기 재공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강승규 기자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이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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