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범의 시선] 민주당은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나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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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6-02 18:56  |  수정 2024-06-02 19:00  |  발행일 2024-06-03
22대 국회 전쟁터 예고

범야권 대여 투쟁에 나서

거대 의석에도 장외집회

주도권 상실 與 속수무책

정쟁으로 정치개혁 실종
[조진범의 시선] 민주당은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나
편집국 부국장
조금도 달라진 게 없다. 22대 국회도 전쟁터를 예고하고 있다. 협치라는 단어는 국민을 기만하는 레토릭일 뿐이다. 겉으로는 웃는 얼굴로 협치를 말하지만, 내심 싸울 궁리만 하고 있다. 상대를 파괴하려고 기를 쓴다.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를 거둔 범야권이 그렇다. 의회 권력을 앞세워 윤석열 정부를 끌어내리려고 작정한 듯 하다. 여권은 상대적으로 무기력하다. '단일대오'를 강조하는 게 고작이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지난 총선 과정에서 "3년은 너무 길다"라고 했다. 진보 진영의 강성 지지층은 환호했다. 돌이켜보면 문재인 정부 때 보수 진영이 그랬다. 보수 진영은 문 정부의 5년을 '심리적으로' 잘 견뎌내지 못했다. 되풀이되는 역사 속에 앙금만 쌓이고 있다. 임계치가 어디인지 모른 채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야권은 보수 정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보수 정권의 모든 것을 뒤엎으려고 했던 문 정부의 이념이 더욱 단단해진 듯하다. 이념의 무장 과정에서 사실상 대한민국과 국민은 사라지고 있다. '국민의 이름으로'라고 외치는데, 의문이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민을 볼모로 잡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대한민국이나 국민보다 윤석열 정부를 무너뜨리는 데만 정치력을 쏟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상임고문은 최근 민주당 초선 당선인들에게 강력한 '대여 투쟁'을 주문했다. "윤석열 정부가 하도 무도한 2년을 했기 때문에 '빨리 끌어내려야 한다', '3년이 길다'고 할 정도로 국민 요구가 많다"고 했다. 윤 정부를 향한 '저주'나 다름 없다. 민주당은 1일 장외 집회를 벌였다.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제출한 '채상병 특검법' 통과를 위한 여론전이다. 조국혁신당은 대통령실 근처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별도로 '채상병 특검법 통과 거부 규탄 집회'를 열었다. 여차하면 탄핵 정국으로 몰아갈 심산이다.

 

[조진범의 시선] 민주당은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연합뉴스

보수 정권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는 민주당의 견고한 이념이 걱정된다. 도대체 대한민국을 어디로 인도할까. 일제강점기 시절 사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신채호 선생은 "석가가 들어오면 조선의 석가가 되지 않고 석가의 조선이 되며, 공자가 들어오면 조선의 공자가 되지 않고 공자의 조선이 되며, 무슨 주의가 들어와도 조선의 주의가 되지 않고 주의의 조선이 되려 한다. 도덕과 주의를 위하는 조선은 있고, 조선을 위한 도덕과 주의는 없다. 이것이 조선의 특색이냐, 특색이라면 특색이나 노예의 특색이다"라고 통탄했다. 작금의 민주당을 보면서 신채호 선생의 절절한 메시지가 새삼 와 닿는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잘 하고 있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대통령 거부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약자로서, 국정 철학이나 운영을 주도하기 어렵다. 범야권의 '선의'를 기대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도 낮다. 어쩌면 대통령 탄핵을 막는 데 전력을 쏟아야 할 지 모른다.


정쟁에 몰두하다 보니 정치 개혁 논의는 실종됐다. 특히 국회의원 특권 폐지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도 않는다. 국회의원 특권 폐지는 정치 개혁의 출발점이자, 정치 정상화의 첫 걸음이다. 지난 총선에서 분출됐던 국민적 요구인데, 흐지부지 되고 있다. 정치권은 국회의원 특권 폐지에 아예 관심이 없다. 국민도 체념하고 있다. 범국민운동으로 밀고 나가도 될까 말까인데, 지레 포기한 듯하다. 정치는 여전히 막장이고, 국민은 외통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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