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편집국 부국장 |
국민의힘 당권 레이스에 불이 붙었다.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윤상현 의원,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경쟁한다. '배신의 정치' 논란이 한창이다. 초반 대세론을 형성한 것으로 평가받는 한 후보를 향한 나·원·윤 후보의 비판이다. 한 후보를 정치 무대로 이끈 윤석열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주장이다. 한 후보가 비대위원장 시절 윤 대통령과 불화설이 불거진 데다 최근 '제3자 추천 채상병특검법'을 들고나오면서 제기됐다. 친윤(친윤석열)계는 "한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당정관계가 파탄 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후보 측은 "당정 관계 쇄신"이라고 받아치고 있다. '배신의 정치'라는 프레임은 꽤 강력하다. 아직도 '배신의 아이콘' 이미지가 남아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을 생각하면, 파괴력을 짐작할 수 있다.
![]() |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과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윤상현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 당 대표 후보들이 2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미래혁신포럼 창립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공동체자유주의'를 강조한 보수정치인 고(故)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은 일찍이 "한국에 보수세력은 많으나, 철학적 보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에 진정한 보수는 없다'는 소리도 곧잘 나온다. 스스로 보수라고 말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한국에서 보수는 '수구꼴통'이나 '꼰대'로 통한다. 좌파에 의해 만들어진 프레임이지만 보수가 철학, 품격, 멋을 갖추지 않은 탓도 크다. 윤석열 정부에서 보수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한 많은 국민이 실망한 근본적 배경이다. 윤 정부와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의 국정 철학은 무엇인가.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은가.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철학적 논쟁의 무대가 됐으면 좋겠다. '한국적 보수주의'에 대한 논의의 물꼬가 트이기를 희망한다. 거대 야권의 이념 공세에 신중하게 맞설 수 있는 내공을 쌓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압도적 지지를 보내준 대구경북(TK)를 더이상 실망시키지 않아야 한다. '보수 텃밭' TK가 부끄러워하지 않는 정당으로 거듭 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편집국 부국장

조진범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