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귀 의심하게 한 격동의 밤…먼동이 트고서야 평온 찾았다

  • 박영민,장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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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2-05  |  수정 2024-12-05 07:59  |  발행일 2024-12-05 제8면
■ 차분하게 대처한 대구시민

지난 3일 밤 10시25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계엄 해제는 6시간 만인 다음 날 오전 4시30분. 대구 시민들은 '6시간 태풍' 속에서 밤잠을 설쳤다. 날이 밝은 4일 아침 대구 도심은 평온을 되찾았다. 실시간 상황을 지켜보며 차분하게 대처한 성숙한 시민의식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초중고 휴교령 가짜뉴스
깜짝 놀란 학부모들
계엄해제 소식 듣고 진정
정상 등교한 교사·학생들
평소같은 모습 안정 찾아

자영업자도 공직사회도
"빨리 끝나 다행" 안도감


◆긴박했던 대구의 밤

3일 밤 10시25분 윤 대통령이 기습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시민들은 크게 술렁였다. 당장 다음 날 벌어질 대격변을 우려하며 '뉴스'를 보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특히 초·중·고교 휴교령이 선포됐다는 가짜 뉴스가 나돌면서 학부모들은 놀랐다. 밤 11시58분 교육부가 '휴교령'에 대해 결정된 것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학부모들을 진정시키진 못했다.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들은 당장 4일부터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찾느라 밤늦게 전화를 돌려야 했다.

초등생 자녀를 둔 이모(여·44)씨는 "당장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휴교령이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아이를 어떻게 돌봐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 휴가까지 써야 하나 고민했다"며 "밤늦게까지 교육부 발표를 기다렸는데, 발표가 생각보다 늦게 나왔다. 휴교령이 없다는 공식 발표가 난 뒤에도 혹시 몰라 한동안 깨어있었다.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소식을 듣고서야 안심했다"고 했다.

'계엄 공포'는 지역 대학병원까지 번졌다. 밤 11시27분 발표된 포고령에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따라 처단한다'는 내용이 담겨서다.

간호사 김모(여·27)씨는 "밤사이 야근 업무를 하던 중 포고령이 발표되자 병원에서도 긴장감이 고조됐다. 포고령에 '의료인' '처단' 같은 단어가 나오자 갑자기 병원이 씨끌벅적해졌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계엄령 해제'…아침 출근길은 '평온'

윤 대통령이 4일 오전 4시27분 계엄해제를 선언한 후에야 시민들의 긴장감은 조금씩 완화됐다. 출근 시간 때는 어느새 일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매출에 악영향을 끼칠까봐 노심초사했던 자영업자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달서구 본리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27)씨는 "식자잿값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계엄 악재가 겹쳐 매출이 떨어질까 봐 밤새 마음을 졸였다"며 "당장 오늘 아침부터 장사를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생각했는데, 계엄이 해제됐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마음이 진정됐다"고 했다.

대구 중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신모(34)씨는 "계엄해제후 공직사회도 빨리 일상을 찾아가는 분위기다. 계엄상황이 빨리 마무리돼 다행이라는 얘기가 부서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고 말했다.

등교한 교사, 학생들도 평소와 같은 모습이었다. 기말고사를 앞둔 학생들은 책장을 넘기기 바빴고, 교사들도 학생들이 심적으로 위축되지 않도록 격려했다.

고교 교사 안모(26)씨는 "윤리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며 "오늘 학교는 평소와 별 다를 바가 없는 모습이었다. 학교 종소리만 퍼질 뿐, 어떠한 동요도 없었다"고 했다. 이어 "학생들에겐 실질적 민주주의의 가치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며 "특히 이번 사태는 학생들이 사회·경제·정치·윤리 과목들이 왜 중요한지를 알 수 있게 해 준 것 같다"고 했다.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구경모·장태훈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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