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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경 사회에디터 |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계엄령이 실패하자, 곧바로 '내란죄' 프레임이 씌워졌다. 이 프레임은 한동안 온 사회를 지독하게 지배했다. 야당과 일부 좌파성향 언론은 대통령을 '내란 수괴'로 불렀다. 대통령 존칭도 뺐다. 누가 내란 프레임에 태클을 걸면 내란방조죄, 내란선동죄, 내란선전죄로 내몰았다. 계엄 자체에 경기를 하는 국민들은 금세 그 분위기에 흡수됐다. 탄핵 촛불 집회 열기는 불을 뿜었다. 연예인까지 합세하면서 내란 프레임은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물결이 됐다. 우파 진영은 잔뜩 기가 죽었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너무 한쪽에 치우치면서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 그런 정황도 나타났다. 대통령을 대행해 국정을 책임져야 할 한덕수 국무총리마저 탄핵되자 여론이 미동하기 시작했다. 국회 탄핵소추인단이 헌법재판소에서 내란죄를 전격 철회하자 민심은 더 크게 동요했다. 야당의 조기 대선 조바심이 작용한 것. 그러자 탄핵반대 집회엔 젊은 층이 등장했다. '2030 보수화'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최근엔 가짜뉴스를 척결하자는 취지라며 이른바 '카톡 검열' 프레임까지 등장했다. 자칫 국민의 역린(逆鱗)을 건드릴 수 있는 대목이다. 여당이 반격차원에서 이 프레임을 씌웠다. 위기를 느낀 야당은 내란 특검에 대통령의 국방정책으로 볼 수 있는 외환(外患)죄까지 추가했다. 여론조사 결과는 야당 생각과는 '완전 딴판'으로 흘렀다. 우파진영의 대결집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처럼 각종 프레임 씌우기와 극단적 정치 공세는 망국의 지름길인 '편가르기'를 더 가속화시킨다. 특정 진영을 지지해야 하는 요상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중도적 성향을 띤 양비론(兩非論)은 졸지에 무능한 스탠스로 낙인찍히고 만다.
'가황' 나훈아가 직격탄을 날렸다. "왼쪽이 오른쪽을 보고 잘못했다고 생난리다"라고. 왼쪽 팔을 가리키면서 "니는 잘했나"라고도 했다. 자기 생각이 서로 맞다고 떠들지만 양쪽 다 '도진개진'이라는 것. 민주당 소속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양비론으로 물타기하고 사회 혼란을 부추길 일이 결코 아니다"며 나훈아를 쏘아붙였다. 나훈아는 "(오른쪽도) 별로 잘한 게 없어. 그렇지만 '니는 잘했나'라는 얘기"라며 응수했다. 그러면서 "선거할 때 보면 한쪽은 벌겋고, 한쪽은 퍼렇고, 미친 짓을 하고 있는 거다. 안 그래도 작은 땅에"라고 했다. "갈라치기는 안 된다"는 뜨끔한 훈계도 잊지 않았다.
갈라치기가 일상화를 넘어 고착화된 국내에서 양비론자들은 계속 위축될 수밖에 없다. 술자리나 토론장에서 민감한 정치현안에 대해 양비론식 발언을 하면 '생각없는 인간'으로 곧잘 매도되기도 한다. '결정장애'란 말도 서슴지 않는다. 자기 진영을 지지하지 않으면 양비론은 곧잘 상대진영을 편드는 것으로 둔갑된다. 정치인 팬덤 현상이 낳은 고질적 병폐다. 양 진영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모두 싫다는 의사표현도 엄연한 선택이다.
양비론 비판론자들은 그러면 "뭐가 달라지냐"고 반문한다. '변화 조급증' 환자로 밖엔 보이지 않는다. 선과 악은 도대체 누가 정하나. 또 보수는 고리타분하고 진보는 혁신적이라는 판단은 누가 내리나. 현직 대통령이 15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체포됐다. 여론흐름은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대화와 타협이 없는 정국은 또 선택을 강요할 것이다. 이런 사회는 희망이 없다.
최수경 사회에디터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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