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忌祭祀(기제사)와 合祀(합사)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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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1-31  |  수정 2025-01-31 07:09  |  발행일 2025-01-31 제23면

우리 조상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던 설·추석·제사 문화가 눈에 띌 정도로 달라졌다.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은 햅쌀로 밥을 짓고 술을 빚어 조상에게 가장 먼저 대접하는 추석(음력 8월15일)과 조상의 음덕을 기리는 설날(음력 1월1일)에는 차례를 지냈다. 조상이나 가족이 죽은 날을 기리는 기제사도 빠짐없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사태를 정점으로 설·추석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정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9월 서울의 교육 전문업체가 20~40대 625명을 대상으로 추석 차례를 지낼 것인지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지내지 않는다(58.1%)가 지낸다(41.9%)를 앞섰다. 응답자 10명 중 6명이 차례 대신 가족 여행이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는다고 했다.

2023년 추석을 앞두고 성균관은 '조상을 기리는 것은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음식 가짓수에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며 차례상 간소화 표준안을 내놨다. 그해 한국국학진흥원이 안동지역 40개 종가(宗家)를 대상으로 한 기제사 문화 조사에서는 90% 이상이 밤 11∼12시에 지내던 기제사를 오후 7∼9시로 앞당긴 결과가 나왔다. 35개 종가는 조상 부부의 기제사를 합사(合祀)로 지낸다고 했다. 이 중 10개 종가는 부모, 조부모, 증조부모, 고조부모까지 4대 기제사를 2대까지로 바꿨다고 했다. 아버지 기일에 어머니 제사를 함께 지내거나 차례와 기제사를 사찰로 옮긴 종가도 절반이 넘었다. 조상의 음덕과 예절을 가장 중시하는 종갓집도 시대변화에 동참하는 것으로 보인다. 차례나 기제사보다 살아있는 후손의 삶을 더 중시하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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