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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제공. |
정부가 고령 버스·택시·화물차 기사의 운전 적성 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검사 항목 중 '불량(5등급)'이 2개 이상일 경우에만 부적합 판정을 내렸지만, 앞으로는 사고 발생과 관련성이 높은 4개 항목에서 '미흡(4등급)'이 2개 이상만 되도 운전이 제한된다. 지난해 '서울 시청역 사고'를 계기로 고령 운수종사자 안전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결과다.
국토교통부는 19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및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개정안을 통해 고령 운수종사자의 건강 상태와 운전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근로 지원을 포함해 안전과 생계를 모두 고려한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다.
현재 만 65세 이상 버스·택시·화물차 운전자는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자격 유지 검사를 정기적으로 통과해야 한다. 만 65~69세는 3년마다, 70세 이상은 매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운전 적성 검사는 △우수(1등급) △양호(2등급) △보통(3등급) △미흡(4등급) △불량(5등급) 등 총 5단계로 나뉜다. 기존에는 7개 검사 항목 중 '불량(5등급)'이 2개 이상이면 부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는 사고 발생과 연관성이 높은 4개 항목에서 '미흡(4등급)'이 2개 이상이면 운전이 제한된다.
국토부는 "시야각·도로 찾기·추적·복합 기능 등 사고 발생과 직접 연관이 있는 4개 항목이 중점 평가 대상이 된다"며 "기존에는 검사 항목 전체를 기준으로 부적합 여부를 판단했지만, 앞으로는 사고 위험성이 높은 항목의 평가 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뀐다"고 말했다.
의료 적성검사(협압, 시력, 악력, 인지력 등)로 자격 유지 검사를 대체할 수 있는 현 제도도 개선된다. 국토부는 "현재 택시·화물차 운수 종사자는 병의원의 의료 적성검사를 통해 자격 유지 검사를 대체할 수 있다"며 "그러나 앞으로는 개정안에 따라 만 75세 이상 운전자는 반드시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인지·신체 검사를 통과해야 하고, 고위험 운전자도 예외 없이 공단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위험 운전자란 최근 3년간 중상사고(3주 이상 치료 필요)를 일으키거나 교통법규 위반으로 벌점 81점 이상을 받은 운전자다.
현재 자격 유지 검사 또는 의료 적성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아도 14일 후 재검사를 받을 수 있고, 횟수 제한 없이 반복 응시가 가능한 기존 제도도 개선된다. 개정안에 따라 3회차부터 간격을 30일로 연장하고, 4회차부터는 신규 운수종사자 기준으로 검사를 진행한다.
운전 중 실신 위험 가능성이 있는 고혈압·당뇨 환자에 대한 관리도 강화된다. 초기 고혈압·당뇨 진단·우려군은 6개월마다 추적관리를 의무화해 약물치료나 생활습관 개선 등을 통한 운수종사자의 자발적 관리를 유도한다.
지금까지 병의원의 건강검진 결과로 의료 적성검사를 대체했던 것도 개정안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공식 건강검진 기관의 결과만 인정된다. 검사 유효기간 역시 기존 6개월~1년에서 3~6개월로 줄어든다.
국토부는 "기존 고령 운수종사자 자격 검사 제도 합격률이 지나치게 높아 변별력이 부족하고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되어 왔다"며 제도 개선의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 전문은 오는 20일부터 국토교통부 누리집(www.molit.go.kr)에서 볼 수 있으며, 4월 1일까지 입법 예고한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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