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경주시와 분산 개최지인 지자체들이 예산확보 문제로 비상이 걸렸다. 경북 경주시는 첫 사전 행사인 제1차 고위관리회의(SOM1)를 마쳤지만, 정부 예산이 거의 반영되지 않아 직접 지방비를 투입했다. SOM과 장관회의를 앞둔 제주·인천 등 다른 분산개최 도시도 추경 편성을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경주시는 오는 10월 말 열리는 정상회의를 대비해 보문단지 야간경관 조성(150억원), 회의장 진입로 확포장(304억원), 숙박시설 정비(100억원), 응급의료센터 확장 및 VIP 전용 병동 조성(30억원) 등 총 13개 사업, 약 981억원의 국비를 정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정부가 배정한 예산은 만찬장 조성 사업비 80억원 가운데 절반인 40억원에 불과하다.
5월 SOM2(제2차 고위관리회의)와 장관회의를 준비 중인 제주도 역시 국제컨벤션센터(ICC제주) 시설 정비비 13억5천만원과 제주포럼 예산 4억원 추가 확보가 시급하다. 그러나 정부 추경이 지연되면서 제주도는 지방비 충당을 검토하고 있다. 7월 SOM3(제3차 고위관리회의)를 앞둔 인천시도 송도컨벤시아 리모델링 비용 20억원을 신청했지만, 국회 심사와 실제 공사기간을 고려하면 일정이 매우 촉박한 상황이다. SOM 등의 국제회의는 단순한 시설 정비 비용뿐 아니라 회의 기간 중 인력수송과 숙박지원 등 부대비용까지 더하면 실제 소요 예산은 훨씬 커진다. 실제로 경주시는 이미 치른 SOM1 행사에만 28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했다.
정부는 APEC 회의를 여러 지역에서 분산 개최함으로써 지역 균형발전과 관광효과를 기대했지만, 정작 예산 지원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자체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자체들은 “국가가 주도하는 대형 국제행사를 각 지자체가 개별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꼴이 됐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앞서 국회는 지난 13일 '2025 APEC 정상회의 지원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5선 중진인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을 위원장으로 내정했다. 국회 특위 출범으로 예산확보에 대한 기대가 커졌지만, 탄핵심판 이후 여·야·정 간 추경편성 협상이 어떻게 풀릴지 몰라 실제 예산집행 시점은 불투명하다. 경주시 관계자는 “4월 추경이 늦어질 경우 재정부담이 커지고 인프라 구축 등 행사 준비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국회의 빠른 추경심의와 정부의 적극적인 예산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성재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